"라면은 소비자의 60% 이상이 10~20대인 만큼 이들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에 로열티가 높은 고객은 30~40대 주부들이죠.10대나 성인 남성은 엄마 또는 아내의 심부름에 따를 뿐입니다. "

지난 16일 고려대 GMBA(글로벌 MBA) 과정 '필드 스터디' 수업에서는 최하영씨 등 재학생 5명이 모여 식품업체 A사가 준비 중인 라면 신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었다. 주부층의 신뢰도가 높은 A사가 라면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인 이들은 다음 달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다.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해보자는 취지의 수업이지만,실제 신상품 출시를 앞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전(實戰)'과 다름없다.

◆"라면 마케팅 핵심은 맛있다는 이미지"

A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려는 유탕라면 시장은 농심 '신라면'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만만찮은 시장이다. 절대 강자가 없는 생라면 시장과 달리 신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다. 학생들은 그러나 이 회사가 가진 '건강하고 신선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인스턴트 식품의 대표 격인 라면 시장에서 A사의 건강식 이미지가 '과잉'이 돼서도 곤란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재준씨는 "A사 제품은 건강하고 신선하지만,그래서 맛은 별로 없는 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회사 이름만으로도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기 때문에 이번 유탕라면의 개별 브랜드에는 철저히 맛을 강조하는 단어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패턴에 기술을 맞추자"

홍정완씨는 "라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중 하나는 간편한 식사 대용이라는 것"이라며 "A사의 장점을 살려 주부가 가족들에게 식사 대용으로 안심하고 줄 수 있는 든든한 제품이라고 여기게끔 마케팅 방향을 잡아보자"고 제안했다.

누구나 쉽게 끓여먹을 수 있도록 면의 특성을 조정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지훈씨는 "라면은 시간까지 재며 요리하지 않는 만큼 면에 기포를 더 넣어서 권장 조리시간에서 30초~1분 정도 오차가 생기더라도 맛에 큰 차이가 없게끔 기술적인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지선씨도 "그게 안 되면 조리시간을 앞당겨서라도 소비자들의 라면 끓이는 패턴에 맞춰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기업이 참여하는 실전 컨설팅

고려대 GMBA의 '필드 스터디'는 재학생 4~7명과 지도교수 1명이 팀을 구성해 두 달여 동안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재무,생산 등 기업 경영 전 분야에 걸쳐 컨설팅을 실습해보는 과목이다. 먼저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며 컨설팅을 원하는 기업을 찾아내 프로젝트를 수주한다. 이후 해당 기업에 대한 기초 자료를 갖고 교수와 학생,기업 관계자가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고민했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결과물로 제시한다.

김진배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은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기업에 적용해봄으로써 현장 감각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며 "해결책을 제시받고 고마워하는 기업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학생들의 결과물을 모아 '기업 경영 사례 연구집'에 수록해 강의 자료로 다시 활용할 계획이다.

고려대 GMBA는 주간 1년 과정으로 전체 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외국인이다.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하며,이론보다 실제 기업 경영 사례와 문제 해결 방식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해외 대학 학생교환 프로그램과 해외 기업 연수 과정도 제공한다.

임현우/김일규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