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한창 잘나가던 1987년 주력 계열사인 대우전자는 리튬1차전지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테크라프란 벤처기업을 세웠다. 전자기기가 디지털화되면 전지산업이 커질 것으로 보고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리튬1차전지 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데다 부가가치가 낮은 저성능의 리튬1차전지를 만들어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등 부침이 심했다. 게다가 대우그룹 해체로 2002년 전력기기 · 자동제어시스템을 만드는 비츠로그룹에 경영권도 넘어갔다.

이 회사는 비츠로셀(대표 장승국)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변신에 나섰다. 수익률이 낮은 저성능 리튬1차전지 사업을 과감히 접고 고성능 리튬1차전지 개발에 집중해 품질 경쟁력을 높인 것.그 결과 저성능 전지 중심의 영업구조였던 2006년 매출이 237억원에 머물렀지만 고성능 전지 판매가 본격화된 지난해엔 433억원으로 뛰었다. 프랑스 사프트,이스라엘 타디란 등에 이어 세계 3위의 리튬1차전지 메이커로 부상한 것이다.

◆후발주자에서 세계 3위 업체로 우뚝

리튬1차전지는 충전이 안된다. 대신 수명은 최장 10년에 달하는 고성능 전지로 기술장벽이 높다. 따라서 전기계량기나 전자태그(RFID) 리더기,원격기기 등과 같은 설비와 군용통신기에 주로 쓰인다. 장승국 대표는 "미사일 조종기에 들어가는 리튬1차전지가 불량품이면 수백억원짜리 미사일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며 "그래서 한 치의 불량률도 용납되지 않는 게 리튬1차전지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에서 비츠로셀은 2004년 세계 시장에 진출,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글로벌 빅3'로 올라섰다. 세계적으로 리튬1차전지를 양산하는 곳은 프랑스 사프트,이스라엘 타디란,일본 히타치막셀 등 3개사와 비츠로셀뿐이다. 장 대표는 "꾸준한 투자로 자동생산체제를 갖추고 품질 수준을 균일하게 맞출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10년 내 글로벌 1위가 목표

비츠로셀은 지난해 경쟁 업체와 달리 성장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세계 1위 업체인 사프트는 15%가량 매출이 줄었고 2위 업체인 타디란도 약 10%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못했다. 반면 비츠로셀은 25%가 넘는 매출신장을 달성했다. 특히 올초에는 사프트를 제치고 미국 국방부의 2차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 대표는 "품질은 선두 업체 수준을 유지하면서 납기는 기존 업체들보다 3분의 1을 단축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확산에 맞춰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장 대표는 "늘어나는 전자계량기용 전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내년까지 8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라며 "리튬1차전지 업체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580억원의 매출에 10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겠다는 게 장 대표의 목표다. 그는 "해외시장과 군납시장의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2013년 매출 1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앞으로 고부가 전지 개발에 주력해 10년 내 매출 2000억원으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