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퇴출명단 오르는 퇴직연금펀드를 어찌하오리까?"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펀드가 청산대상인 자투리펀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대다수 펀드들이 50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여서 매달 정리명단에 오르게 될 경우 근로자들의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사이트(dis.kofia.or.kr)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설정액이 50억원에 미달한다고 공시한 소규모펀드 1434개 가운데 무려 134개가 퇴직연금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신운용이 한국투자퇴직연금정통증권자투자신탁 1(채권혼합) 등 33개로 가장 많았고, 신한BNP파리바 17개, 동양자산운용 15개, 하나UBS자산운용 10개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펀드 등록 후 1년이 넘었을 때 펀드의 설정원본이 50억원 미만인 경우 임의해지 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달 14일부터 이런 소규모펀드 수시공시가 본격 시작됐다.

금투협은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를 임의로 해지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이 남아있는 한 청산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수시공시를 의무화하고 소규모 펀드투자자들에게 가입펀드가 소규모 펀드임을 알림으로써 이들 펀드의 정리를 유도하고 있다.

설정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시공시 대상 펀드는 언제든지 청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펀드의 경우 제도 도입 취지에 비춰봐도 수시공시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퇴직연금펀드가 적립식이 대부분인 데다 특성상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투자되는 펀드인 만큼 50억원 미만 기준에 맞춰 무조건 퇴출명단과 같은 수시공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이다.

특히 설정액이 50억원 미만 펀드는 1개월 단위로 수시공시를 하게 돼 있어 대부분 퇴직연금펀드가 매달 예비 청산 대상이라는 점을 고백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펀드는 중도 환매시 세금을 환급해야 하는 탓에 투자자들이 환매를 자제하고 있지만 적립식이다 보니 설정액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특히 한정된 퇴직연금 시장에 대부분 금융사들이 뛰어들면서 관련 펀드가 너무 많아진 것도 소규모펀드로 전락하게 된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퇴직연금펀드와 같이 운용사들이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전략펀드에 대해서는 수시공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면서 "2년 넘게 소규모펀드 정리 제도가 논의됐는 데도 왜 이런 점이 보완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시공시 도입전까지는 이런 문제를 미쳐 파악하지 못했었다"면서 "제도 도입 취지 등으로 볼때 퇴직연금펀드를 수시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만큼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김다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