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안전성을 강화한 한국형 신형 원전이 국내에서 실용화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형 원전 수출에도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15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공사 중인 신고리 원전 3호기에 원자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원자로는 핵연료를 집어넣어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신형 원전은 기존 한국표준원전(OPR1000)보다 오랫동안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경제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발전용량에서 기존 표준원전은 100만㎾급인 데 비해 신형 원전의 발전용량은 140만㎾로 40% 증가했다. 또 신형 원전은 수명이 60년으로 설계돼 기존 모델보다 20년 늘어났다.

안전성도 강화됐다. 기존 모델은 단단한 암반 위에 설치해야 지진에 견딜 수 있었으나 신형 원전은 암반이 아닌 다른 지반 위에서도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현재 한국형 원전 수입을 고려하고 있는 터키와 필리핀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출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들어가는 노심이 손상될 확률을 기존 모델의 10분의 1 수준인 '10만년에 1회 미만'으로 낮춰 사고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원전을 통제하는 시스템도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지경부는 이번 원자로 설치가 한국형 신형 원전 수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원자로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과 같은 모델인 APR1400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영학 지경부 차관은 "이번 원자로 설치로 한국형 원전 수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들에 확고한 믿음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CE)의 모하메드 알 하마디 사장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원자로를 설치한 신고리 원전 3호기는 4호기와 함께 건설되고 있다. 공정률은 54%에 달한다. 신고리 원전 3,4호기는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이로써 현재 20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한국은 2014년에는 6기의 원전이 추가돼 총 26기의 원전에서 전체 발전량(수력 등 포함)의 37.4%인 연간 19만G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