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의 주원료인 합성고무(SBR) 국제가격이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중국이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생산량을 늘린 상황에서 수요가 살아나지 않자 부타디엔 국제 시세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타이어업계는 이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올초 타이어값을 인상한 것은 지난해 합성고무 및 천연고무 국제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이며 최근 가격 하락폭은 지난해 초 이후 가격 상승폭에 비하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타디엔 값 17.8% 하락

15일 원자재 정보업체 코리아PDS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부타디엔 현물가격(FOB · 본선 인도 기준)은 이달 둘째주 t당 185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5월 둘째주(2251달러)의 올 최고치에 비해 17.8% 하락한 가격이다.

부타디엔 가격은 작년 1월 t당 335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친 뒤 중국 소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1년6개월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중국이 부타디엔 원료격인 나프타 생산시설(크래커) 신 · 증설에 나서 공급량을 늘린 데다 유럽 위기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자 부타디엔 가격은 5월 중순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부타디엔은 석유화학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에서 에틸렌을 뽑아낼 때 함께 나오는 기초유분이다. 김택형 코리아PDS 연구원은 "올 상반기 중국의 주요 나프타 크래커가 생산에 들어가면서 중국의 부타디엔 자급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중국의 자동차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부타디엔 수요는 위축되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부타디엔은 전 세계 수요의 70% 이상이 타이어 원료인 합성고무 제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승용차 기준)은 3월 126만대에서 5월 104만대로 17.4% 줄었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5월 중국의 합성고무 수입량은 13만4000t으로 전달에 비해 16.9% 감소했다"며 "이런 수요 둔화가 부타디엔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합성고무 값도 동반 하락

부타디엔 가격이 떨어지자 합성고무 값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올초 중국시장에서 t당 2000달러대를 유지하던 합성고무 값(현물기준)은 5월 둘째주 올 최고치(2275달러)에 이른 뒤 이달 둘째주 1955달러로 2개월 만에 14% 내렸다.

합성고무 국제가격은 떨어졌지만 타이어 업체들은 아직 가격 인하에 들어갈 시점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 가격엔 합성고무 값이 25%,천연고무 값이 25%가량 차지한다"며 "현재 합성고무 매입가격은 t당 2500달러 선으로 작년 평균인 1850달러와 비교했을 때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가격 인상 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만큼 당장 가격 인하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국 금호 넥센 등 타이어 업체들은 올 2~4월 사이에 타이어 가격을 5~7%씩 올렸다. 전문가들은 부타디엔과 합성고무 값은 당분간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