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의 특징은 '생명''호흡''몸'으로 표현되는 자연적인 존재로서의 인간과 사회적 인간을 조화롭게 품어낸 것이다. 시인은 '쾌락은 몸의 반응이 이루어내는 만족감에 불과하지만/ 그게 없다면 세상살이 얼마나 팍팍할까'('생을 먹다'일부)라며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 등 현재 우리사회의 현상들도 담담하게 끌어안았다. 안성에서 축산업을 하는 시인이 베트남 아내를 맞아 두 딸을 얻고 가정을 이뤘음을 드러내는 시편들도 애잔하다. '나는 탯줄이 가는 줄 알았다/ 송아지 탯줄처럼 저절로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는 가만히 가위를 내밀고/ 나는 곱창처럼 주름진 굵은 탯줄을 잘라냈다…(중략) 아내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으며/ 고생했다고 하자 아내는 베트남 말로 엄마를 찾았다. '('사과 한 알' 일부)
'아내가 모국어로 말할 때면 한 마리 물고기 같다/ 베트남의 더운 열기에 꿈틀거리는 늪 속의 열대어 같다…(중략) 숨을 참고 까치발 서며 물 밖으로 나오던 순간 내 속의 언어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둥둥 떠올랐다/ 시집와 아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물속의 언어'일부)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