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대기업들이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개시한 가운데 국내 장비업체들의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장비 국산화를 상당히 이룬 LCD와 달리 OLED 장비 국산화율은 한참 떨어지는 것.이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화할 OLED 장비 발주 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최근 발주한 5.5세대 OLED 장비 중 전(前)공정 핵심 장비를 외국 업체들이 모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500억원을 호가하는 증착기의 경우 일본의 토키가 독식했다. OLED 제조용 저온 폴리실리콘(LTPS) 기판 장비도 일본 니콘과 알박,미국 AKT 등이 대부분 수주했다. 국내 장비업체들 중에서 전공정 장비를 따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나마 AP시스템 NCB네트웍스 등 후공정 장비업체들이 전공정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봉지(encap)공정,모듈공정,검사용 장비를 수주했을 뿐이다. 금액으로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총 장비 투자비 가운데 국내 업체가 가져간 비중은 3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내년으로 예정된 OLED 신규 투자 과정에서 외국산 증착기와 LTPS 장비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화할 OLED 장비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3년까지 형성될 OLED 장비 시장 규모는 대략 10조원.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5.5세대 투자에 이어 8세대 투자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이고 대만 AUO도 월 12만장 규모의 OLED 라인 투자를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도 내년 중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OLED는 공정이 어렵고 대형화에 대한 기술장벽이 높아 이미 검증을 받은 외국산 장비가 상당기간 계속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OLED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맏형' 격인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사장도 "장비업체들이 높아진 이익을 유지하느라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장비업체들에 조만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