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보다 유학 가는 사람이 많아져 유학에 대한 설레임이 과거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유학을 가게 되면 각자 다양한 기대와 희망은 갖게되기 마련이다. 가면 어떤 생활이 기다리나, 또 돌아오면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등등 말이다. 급히 떠나게 된 유학이었지만 나 역시 유학을 가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기대감이 컸었다. 이번 편에서는 유학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간략히 살펴볼까 한다. 유학이라 하면 배우고 싶은 학문을 전통있고 연구가 활발한 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따라서 원하는 분야의 학문을 본 고장에 가서 보다 넓고 깊게 배우고, 때로는 한국에서 책으로만 봤던 저자를 직접 만나보고 직강을 들어보는 것 등이 유학이 가져다 주는 첫 번째 이익이라 하겠다. 학문도 학위과정에 따라 깊이와 넓이 또 성격이 다르다. 석ㆍ박사과정은 학문을 좀 더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내가 공부했던 MBA과정은 이론 자체보다는 이론과 접목된 실천, 산업현장에서의 사례연구가 중심이다. 나의 경우, 학부에서 이론 중심의 경제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사례연구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재무분야는 다소 익숙했지만 회계와 마케팅, 부동산은 생소했다. 그러나 생소한 만큼 고생하고 느낀 것이 많았기 때문에 나중에 회사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유학의 두 번째 이익(어쩌면 많은 분들이 첫 번째 이익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은 언어일 것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 학문의 변화를 신속하게 따라잡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현실적으로 유학을 가는 곳이 세계 경제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유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언어의 이익이 유의한 것 같다. 유학 생활을 충분히 누리려면 미리 해당 언어를 열심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흔히 듣기와 말하기에 중점을 많이 두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읽기와 쓰기가 기본인 것 같다. 읽기과 쓰기가 되는 만큼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언어는 문화이자 사고방식임을 이해했으면 한다. 다시 말하면, 언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잘 이해해야 한다. 나는 말하기 스타일이 항상 만연체였고 결론이 나중에 나오는 미괄식이었다. 그러나 미국 문화는 간결체에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는 두괄식이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요했다. 세 번째로는 수학한 '동문'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흔히 고교 시절 친구는 스스럼 없고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있지만, 머리가 커서 만난 대학교 이후 친구는 깊이 사귀기 어렵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그러나 유학에서 만난 '동문'은 이와는 다를 수 있고, 본인 스스로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일정기간 생활 근거지나 학교, 직장을 떠나 타국에서 동고동락하고, 특히 가족끼리도 자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깊이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유학이 끝날 때가 되면 아내들은 아무개 집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안다고 한다. 고국에 돌아와서도 아내들끼리 모임이 이어지고 애들이 서로 만나 도움을 주고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물론 신뢰할 수 있는 '동문'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부단히 노력해야 함은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속속들이 아는 것이 오히려 화(?)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일이다. 네 번째로는 나와 가족을 되돌아보고 미래 삶에 대한 방향 내지 가치관을 새롭게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외국에서 만나고 경험하는 커뮤니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가족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보통 사람은 사춘기와 결혼을 거치면서 두 번 정도 크게 변한다고 한다. 유학이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본인이 뜻을 두고 계발하기에 따라서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끝까지 남고 따라서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 자녀들도 간접 유학을 경험하고 있다는 인식, 자녀들의 향후 유학까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 등도 유학이 가져다 주는 이점이다. 또한 글로벌 마인드의 형성도 빼놓을 수 없는 수확 중 하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로 개방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 나가 외국업체와 경쟁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변화방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와튼 유학 당시 배운 파생상품과목은 한국에서 경험한 바 없었기에 당시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으나, 10년이 지나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커지면서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향후에는 글로벌 마인드가 영국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보다 다양한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잘 모르는 곳에 가서 충분치 못한 제2 외국어로 공부하고 생활한 '도전정신'을 꼽고 싶다. 도전해서 성공한 경험과 그 마음을 이후 인생 어디에서나 잊지 않고 제 2의 천성으로 활용한다면 인생의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는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