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제시한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 5.9%는 정부 전망치(5.8%)보다 높다.

출구 전략 조기 시행을 주장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수준이며 금융연구원(5.8%) LG경제연구원(5.5%) 삼성경제연구소(5.1%) 등 민간 연구소보다는 낙관적이다.

민간 연구소들에 비해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한은이 이처럼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배경은 뭘까.

한은은 우선 글로벌 경제가 더블 딥(경기 회복 후 재차 하강)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유럽 사태 이후 주요국이 재정 긴축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세계 경제가 탄탄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은 세계 경제 성장률을 4월에는 3.5%로 봤지만 이번엔 3.9%로 높였다. 미국은 2.5%에서 2.9%로,중국은 9.5%에서 9.8%로,일본은 1.6%에서 1.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유럽만 0.7%로 4월과 동일했다. 주요국의 재정 투입은 줄지만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만회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은 427억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중 수출 증가율은 당초 15.1%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18.8%에 달했다. 한은은 유럽의 재정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15.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국내 부문에서도 가계의 실질 구매력 증대 및 순금융자산 증가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도 정보기술(IT) 업황 호조 및 생산설비 교체 수요 등으로 당초 13.4% 증가에서 20.9% 증가로 전망치를 높였다. 올해 신규 취업자 수도 당초 24만명에서 33만명으로 올려 잡았다.

한은은 경기 회복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2.7%에서 하반기엔 3.0%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분기별로는 3분기 2.8%,4분기 3.2% 등이다.

내년엔 상반기 3.5%,하반기 3.3% 등으로 연간 3.4%로 예측했다. 한은이 설정한 중기 물가 안정 목표치가 3%인데 4분기에 인플레이션율이 이보다 높다고 한은이 스스로 밝힌 것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8%에서 0.3%포인트 낮춰 4.5%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작용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성장률 4.5%도 잠재성장률 수준 혹은 그 이상이기 때문에 내년까지도 경제가 확장할 것으로 한은이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