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앞으로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도록 하고,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의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不)정책을 약속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협력관계에서 겪는 태생적 불안요소를 해소하겠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신선한 선언이다. 특히 통신회사들이 IT산업의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한 개방과 협력을 위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잇달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나온 이 같은 선언은 통신업계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KT는 지난해 6월에도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최저가 입찰폐해 방지 등 구매제도 혁신방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훨씬 더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가깝다. 대기업의 구매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거나 아이디어를 억울하게 빼앗기고, 대기업의 자본력 때문에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식당하고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 현장에서 들리는 하소연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정부는 그동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았고,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이 문제에 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는 한계가 있는데다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 관계에 개입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 자율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문화를 만든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대안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런 선언이 제대로 실천되도록 하는 일이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직접 약속했다고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의 내부 조직과 성과평가 등 인센티브 시스템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확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KT가 이를 앞장서 실천해 IT산업의 재도약을 선도해 주고, 나아가 이런 선언이 다른 산업에서도 채택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진정한 동반성장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