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애나시 연방지방법원.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문제를 둘러싼 집단소송의 3차 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상해 · 사망사건의 대표 변호사로 소송을 지휘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카브레이자는 "도요타는 여전히 내부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선 철저히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도요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올해 초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도요타 리콜 사태는 표면적으론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신호(7월12일자)에서 보도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현재 미국에선 총 400여건의 도요타 리콜 관련 집단소송이 제기돼 있으며,그 공판이 최근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또 미국 의회의 추궁도 지속돼 도요타가 미국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도요타 리콜 관련 집단소송은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도요타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소송과 결함 차량의 사고로 생긴 상해 · 사고사 피해 보상 소송이다. 집단소송에서 지면 피해자 전부에게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에 도요타의 경제적 부담은 수천억엔(수조원)에 달할 수 있다.

도요타를 짓누르는 것은 집단소송만이 아니다. 미국 의회의 청문회도 지속되고 있다. 미 의회는 2월에 2회, 3월에 1회 도요타 청문회를 열었다. 이후 의료보험제도 개혁이나 멕시코만의 원유 유출 사고로 도요타 리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듯 보이지만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5월20일에도 청문회를 열었다. 미 의회는 특히 도요타자동차의 급가속 결함이 가속 페달이 아니라 전자제어장치(ETCS) 때문이라는 의혹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도요타는"ETCS에는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자동차 관련 단체와 기관도 도요타를 괴롭힌다. 미국 운수성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 도요타의 ETCS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검증을 의뢰해놓았다. 결과는 올 10월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또 전미과학아카데미에 급가속과 ETCS에 관한 검증을 의뢰해 내년 가을에 보고서를 제출받는다. 내년 이후에도 도요타 리콜이 계속 이슈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집단소송도 소비자와 회사 측이 화해하면 최소 4~5년,재판이 진행될 때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물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메리 데이비드 켄터키대 교수는 "1980년대 미국에서 급가속 의심을 받았던 독일의 아우디가 시장 판매를 완전히 회복하는 데 20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리콜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