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지병 수렁'에 빠지나] (2) 국가 미래보단 '票 논리' 급급…선거때마다 선심공약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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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인층에 편중된 복지
노인복지 年30조…아동의 10배…노인지출 40년후 GDP 10%로
'세대간 복지 양극화'심화…국가 장기적 성장 저해 우려
노인복지 年30조…아동의 10배…노인지출 40년후 GDP 10%로
'세대간 복지 양극화'심화…국가 장기적 성장 저해 우려
#장면1. 6 · 2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19일,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보라매동 관악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만났다. 오 후보는 "100만 어르신의 노후걱정을 해소하겠다"며 시내 4개 권역에 5개 노인복지복합시설 건립,치매어르신 가족 지원,노인 여가문화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는 이틀 뒤 서울 경운동 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한 표를 부탁했다. 한 후보는 '노인 생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노인일자리 5만개를 마련하고 계약임대 주택의 우선권을 독거노인에게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면2. 지난 3월,부산의 노인단체들은 '부산노년유권자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인권리연대 · 부산노인복지단체연합회 · 부산노인대학협의회 · 충효예실천운동부산광역시회 · 부산노인권리연대 · 부산실버의정참여단 등 6개 단체가 참여했다. '40만 부산 노년유권자'의 힘을 내세운 이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노인 장기요양 등급 탈락 노인들을 지원하고 노인교육과 여가를 위한 시설을 늘리는 등 노인 복지 정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저출산 · 고령화 폭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되는 사회다. 8년 후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3%로 '고령사회'에,16년 후엔 20.8%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40년 후엔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고령화된 사회가 된다. 지금은 7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고 있지만,이 무렵엔 3명이 한 명을 부양한다. 복지지출로 몸살을 앓는 유럽국가들이나 미국보다 노인층 비중이 훨씬 커진다.
이 때문에 현재의 복지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만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복지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2009년)은 현재 복지수준을 유지할 때 2050년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4.7%를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공사회지출 규모의 평균치(20.6%,2005년 기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GDP의 2.33% 수준인 노인복지 지출은 40년 후 10.17%로 늘어나게 된다. 올해 비중(2.33%)의 4.4배다. 이 같은 복지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젊은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계속 줄어든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노인들을 찾아가 각종 공약을 내밀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해 각종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노인층에 집중된 복지혜택
한국의 복지지출은 대부분 노인 몫이다. 전체 복지지출 81조원의 30%나 된다. 국민연금 · 기초노령연금 · 장기요양보험 등 직접 노인과 관련된 지출만 해도 25조원(GDP의 2.33%)에 이른다. 나머지 복지지출 70%도 따지고 보면 상당 부분이 노인에게 들어간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건강보험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에서도 대부분 노인들이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전문가들은 복지지출이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인층에 많은 복지비용이 배정되다보니 출산율을 높이고 아이들을 기르고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에는 지나칠 정도로 인색하다. 정부가 한 해 쓰는 출산 · 보육 등 아동 관련 지출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출하는 비용 등을 포함해도 총 5조원가량에 그친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의 경우 작년에야 처음으로 아동수당이 지급됐다. 올해 우리나라 아동복지 지출은 GDP의 0.48%에 불과하다. 2050년에는 이 비중이 0.37%로 되레 줄어들 전망이다. 저출산 추세로 대상자가 감소해서다.
노인 복지는 늘어나는 반면 아동 복지는 줄어드는 '세대 간 복지 양극화'는 앞으로 심화될 전망이다. 투표권을 가진 노인들이 각종 이익단체를 결성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을 늦추거나 의료비 지원을 늘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50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은퇴자협회(AARP) 등이 그 어느 단체보다도 선거에 입김이 세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진 이유가 대부분 연금(노인복지비용) 때문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은 복지지출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아동 지원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거나 정치인을 압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박능후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동은 정치적 대변 세력이 분명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복지지출이 과소 반영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아동빈곤율이 노인빈곤율보다 높은데 이는 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라며 "출산 · 육아휴직 보장,보육시설 확충,아동수당 확대 등 적극적인 아동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원배분 바꿔 '파이'키워야
전문가들은 세대 간 정치적 불균형이 사회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거에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은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아동과 청소년층에 대한 복지지출은 미래 근로계층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측면이 강하다. 노인층에 과도하게 쏠리고 있는 복지 재원의 일부를 재분배하면 전체 재정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고령화는 노인의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서라기보다는 출산율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며 "당장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출산 지원과 아동 투자를 줄일 경우 출산율 저하→고령화 가속→재정 악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에 대한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은 결국 생산성을 높여 노인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장면2. 지난 3월,부산의 노인단체들은 '부산노년유권자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인권리연대 · 부산노인복지단체연합회 · 부산노인대학협의회 · 충효예실천운동부산광역시회 · 부산노인권리연대 · 부산실버의정참여단 등 6개 단체가 참여했다. '40만 부산 노년유권자'의 힘을 내세운 이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노인 장기요양 등급 탈락 노인들을 지원하고 노인교육과 여가를 위한 시설을 늘리는 등 노인 복지 정책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저출산 · 고령화 폭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되는 사회다. 8년 후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3%로 '고령사회'에,16년 후엔 20.8%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40년 후엔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고령화된 사회가 된다. 지금은 7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고 있지만,이 무렵엔 3명이 한 명을 부양한다. 복지지출로 몸살을 앓는 유럽국가들이나 미국보다 노인층 비중이 훨씬 커진다.
이 때문에 현재의 복지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만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복지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2009년)은 현재 복지수준을 유지할 때 2050년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4.7%를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공사회지출 규모의 평균치(20.6%,2005년 기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GDP의 2.33% 수준인 노인복지 지출은 40년 후 10.17%로 늘어나게 된다. 올해 비중(2.33%)의 4.4배다. 이 같은 복지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젊은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계속 줄어든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노인들을 찾아가 각종 공약을 내밀고 있다. 표심을 잡기 위해 각종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노인층에 집중된 복지혜택
한국의 복지지출은 대부분 노인 몫이다. 전체 복지지출 81조원의 30%나 된다. 국민연금 · 기초노령연금 · 장기요양보험 등 직접 노인과 관련된 지출만 해도 25조원(GDP의 2.33%)에 이른다. 나머지 복지지출 70%도 따지고 보면 상당 부분이 노인에게 들어간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건강보험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에서도 대부분 노인들이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전문가들은 복지지출이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인층에 많은 복지비용이 배정되다보니 출산율을 높이고 아이들을 기르고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에는 지나칠 정도로 인색하다. 정부가 한 해 쓰는 출산 · 보육 등 아동 관련 지출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출하는 비용 등을 포함해도 총 5조원가량에 그친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의 경우 작년에야 처음으로 아동수당이 지급됐다. 올해 우리나라 아동복지 지출은 GDP의 0.48%에 불과하다. 2050년에는 이 비중이 0.37%로 되레 줄어들 전망이다. 저출산 추세로 대상자가 감소해서다.
노인 복지는 늘어나는 반면 아동 복지는 줄어드는 '세대 간 복지 양극화'는 앞으로 심화될 전망이다. 투표권을 가진 노인들이 각종 이익단체를 결성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을 늦추거나 의료비 지원을 늘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50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은퇴자협회(AARP) 등이 그 어느 단체보다도 선거에 입김이 세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빠진 이유가 대부분 연금(노인복지비용) 때문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은 복지지출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아동 지원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거나 정치인을 압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박능후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동은 정치적 대변 세력이 분명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복지지출이 과소 반영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아동빈곤율이 노인빈곤율보다 높은데 이는 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라며 "출산 · 육아휴직 보장,보육시설 확충,아동수당 확대 등 적극적인 아동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원배분 바꿔 '파이'키워야
전문가들은 세대 간 정치적 불균형이 사회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거에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은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아동과 청소년층에 대한 복지지출은 미래 근로계층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라는 측면이 강하다. 노인층에 과도하게 쏠리고 있는 복지 재원의 일부를 재분배하면 전체 재정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고령화는 노인의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서라기보다는 출산율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며 "당장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출산 지원과 아동 투자를 줄일 경우 출산율 저하→고령화 가속→재정 악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에 대한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은 결국 생산성을 높여 노인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