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종합채권지수(KEBI)의 머니마켓인덱스(MMI)와 KEBI 장기국고채지수(LTBI)가 출범함에 따라 채권 실시간지수 라인업이 1년 만에 완성됐다. 작년 7월 출범한 KEBI 종합국고채지수가 채권시장 전반의 가격흐름을 나타내고 'KEBI F3'가 만기 3~5년짜리 중장기물 시세를 보여주는데 이어,이번에 단기 및 장기채권지수가 개발돼 채권 실시간지수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마무리된 것이다.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처럼 채권시장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KEBI 포트폴리오를 통해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장 · 단기 채권시세를 한눈에

단기채권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KEBI 머니마켓인덱스는 잔존 만기 3~9개월(평균 6개월)인 국고채 통안채 산금채 은행채 중에서 신용등급,발행잔액,거래량 면에서 우량한 30개 종목 가격을 수치화했다. 이 지수는 한국채권평가가 금융투자협회 장외채권거래데이터와 거래소 장내체결 정보를 받아 자체 수집한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비정상적인 거래를 걸러내는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산출한다. 지수 공시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코스콤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KEBI MMI는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이 6개월 안팎으로 짧은 채권으로 구성돼 금리 급변기에 가격변동 위험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국고채와 통안채만으로 30개 종목을 채우기 어려울 때만 은행채 등 신용평가 대상 채권(크레디트 채권)을 추가 편입한다. 금융채 비중이 높을 경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다.

이 같은 판단이 옳았음은 지난 주말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입증됐다. 금리가 상승 중인 현재 상황에서 크레디트채권이 많으면 수익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KEBI 머니마켓인덱스를 참조해 만들어지고 있는 일부 유사 지수들은 금융채를 많이 편입해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KEBI 장기국고채지수는 국내 최초의 장기채권 실시간지수다. 발행 잔액 2조원 이상,잔존 기간 5.5~12년인 국고채 중 최근 발행물 세 종목의 가격을 추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시장과 이를 통한 실물경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장기채권 수요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지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KEBI는 유일한 채권실시간지수

새로 선보이는 KEBI 장 · 단기 지수들은 채권시장 1위 업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만큼 유사 지수들에 비해 차별화된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특히 KEBI 머니마켓인덱스는 30종의 단기채권 가격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를 반영해 금리 급변기에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은 지수를 활용한 펀드상품을 개발할 때도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일각에서 추진 중인 다른 MMI지수들은 채권 평가에 대한 노하우 부족과 상업적 활용을 위해 개발을 서두르다 보니 편입 종목이 10개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학균 한국채권평가 사장은 "다른 지수들은 시장 호가를 단순 취합해 산출하는 방식"이라며 "KEBI는 호가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가공하는 차별화된 가격산정과정을 거치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실시간지수"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ETF상품 잇따를 전망

단기와 장기지수가 개발돼 채권실시간지수의 포트폴리오가 갖춰진 점을 계기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투자상품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수를 활용해 ETF를 만들 경우 일반 투자자들도 1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손쉽게 장 · 단기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특히 KEBI 머니마켓인덱스 ETF는 1~3개월 사이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단기 투자자나 주식투자 대기자금,수시입출금이 필요한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한 상품이 될 전망이다. 단기자금시장의 대표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 지급해야 할 보수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지수가 실시간으로 공시됨에 따라 운용의 투명성이 높고 금리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삼성 등 3~4개 자산운용사가 이르면 3분기 중 KEBI를 벤치마크로 활용한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 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KEBI 지수가 채권시세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데다 지수 라인업이 짜인 만큼 이를 활용한 ETF를 이른 시일 내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상무도 "장 · 단기 채권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몇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 뒤 KEBI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서정환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