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역풍 '예고된 패배'…9월 당대표선거때 日총리 바뀔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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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참의원 선거 과반 미달
"간 나오토 총리가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다. 작년 여름 중의원 선거 때 4년간 소비세는 안 올리겠다고 약속했다가 1년도 안 돼 말을 바꾼 건 기만이다. "
11일 도쿄의 세타가야구 다마가와 투표소에서 참의원 투표를 하고 나온 사카모토 미치타가씨(택시기사 · 57)는 간 총리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이번엔 다른 당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소비세 인상' 역풍으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적자재정을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소비세 인상 공약이 국민적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 중심의 연립 여당이 참의원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일본 정국은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참의원은 총리 선출과 예산안 확정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법률 통과 때 거부권을 갖는다. 거부된 법안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선 중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이 필요하지만 여당 의석은 여기에 못 미친다. 주요 정책을 위한 법안이 참의원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면 추진될 수 없다는 얘기다. 정권엔 치명적이다. 자민당도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뒤 총리가 1년에 한 번씩 바뀌는 등 흔들리다가 결국 정권을 내줬다.
◆섣부른 증세론이 패인(敗因)
민주당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세 인상론'이었다. 간 총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예고도 없이 "현행 5%인 소비세를 10%로 올리는 걸 초당파적으로 논의하겠다"며 소비세 인상론에 불을 붙였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달하는 등 선진국 중 최악인 재정을 재건하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론을 공식화한 것.야당인 자민당도 소비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건 터여서 큰 부담없이 꺼낸 카드였다.
그러나 이 발언의 파장은 컸다. 민주당은 작년 8 · 30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소비세 인상은 4년간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었다. 일본 국민들은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고 불쑥 소비세 인상을 내놓은 간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한 여론 조사에선 소비세 인상에 대한 간 총리의 설명이나 대응과 관련,'이해 못한다'가 63%로 '이해한다'(21%)를 압도했다.
이에 따라 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한 달 전 출범 당시 60%에서 30%대로 반토막났다. 참의원 선거 패배는 이미 예고됐던 셈이다.
◆9월에 총리 또 바뀔 수도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고 해서 정권이 당장 바뀌는 건 아니다. 정권 교체 여부는 중의원 선거로 결정된다. 간 총리도 11일 밤 "선거 패배와 관계없이 총리직은 계속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의원의 '여소야대'는 간 총리의 목을 죌 수 있다. 정책 추진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여기에 참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패배의 불씨인 소비세 인상은 당에서도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간 총리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자칫 자민당식의 만성적 리더십 부재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도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을 놓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8개월여 만에 퇴진했다. 간 총리가 넘어야 할 큰 고비는 9월로 예정된 민주당 대표 선거다. 대표 선거에서 간 총리가 떨어지면 총리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일본의 총리는 다수당의 대표가 맡게 돼 있다.
9월 민주당 대표 선거엔 지난 6월 하토야마 총리와 동반 퇴진했던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 내 최대 세력을 움직이고 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며 간 총리를 흔들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툭하면 총리가 바뀌던 자민당 정권 말기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11일 도쿄의 세타가야구 다마가와 투표소에서 참의원 투표를 하고 나온 사카모토 미치타가씨(택시기사 · 57)는 간 총리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이번엔 다른 당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소비세 인상' 역풍으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적자재정을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소비세 인상 공약이 국민적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 중심의 연립 여당이 참의원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일본 정국은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참의원은 총리 선출과 예산안 확정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법률 통과 때 거부권을 갖는다. 거부된 법안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선 중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이 필요하지만 여당 의석은 여기에 못 미친다. 주요 정책을 위한 법안이 참의원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면 추진될 수 없다는 얘기다. 정권엔 치명적이다. 자민당도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뒤 총리가 1년에 한 번씩 바뀌는 등 흔들리다가 결국 정권을 내줬다.
◆섣부른 증세론이 패인(敗因)
민주당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세 인상론'이었다. 간 총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예고도 없이 "현행 5%인 소비세를 10%로 올리는 걸 초당파적으로 논의하겠다"며 소비세 인상론에 불을 붙였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달하는 등 선진국 중 최악인 재정을 재건하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론을 공식화한 것.야당인 자민당도 소비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건 터여서 큰 부담없이 꺼낸 카드였다.
그러나 이 발언의 파장은 컸다. 민주당은 작년 8 · 30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소비세 인상은 4년간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었다. 일본 국민들은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도 않고 불쑥 소비세 인상을 내놓은 간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한 여론 조사에선 소비세 인상에 대한 간 총리의 설명이나 대응과 관련,'이해 못한다'가 63%로 '이해한다'(21%)를 압도했다.
이에 따라 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한 달 전 출범 당시 60%에서 30%대로 반토막났다. 참의원 선거 패배는 이미 예고됐던 셈이다.
◆9월에 총리 또 바뀔 수도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고 해서 정권이 당장 바뀌는 건 아니다. 정권 교체 여부는 중의원 선거로 결정된다. 간 총리도 11일 밤 "선거 패배와 관계없이 총리직은 계속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의원의 '여소야대'는 간 총리의 목을 죌 수 있다. 정책 추진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건 물론이다. 여기에 참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패배의 불씨인 소비세 인상은 당에서도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간 총리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자칫 자민당식의 만성적 리더십 부재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도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을 놓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8개월여 만에 퇴진했다. 간 총리가 넘어야 할 큰 고비는 9월로 예정된 민주당 대표 선거다. 대표 선거에서 간 총리가 떨어지면 총리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일본의 총리는 다수당의 대표가 맡게 돼 있다.
9월 민주당 대표 선거엔 지난 6월 하토야마 총리와 동반 퇴진했던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 내 최대 세력을 움직이고 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며 간 총리를 흔들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툭하면 총리가 바뀌던 자민당 정권 말기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