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국의 군사훈련 '이중잣대'
"중국은 외국 군함과 군용기가 황해(서해) 및 중국 근해에 진입해 중국의 안보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 "(친강 중국외교부 대변인)

한국과 미국의 서해안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로 들어올 경우 실탄 사격의 타깃으로 삼겠다"(러위안 중국 군사과학학회 부회장)는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반경 1000㎞의 탐사능력을 가진 항공모함이 서해안에 들어오면 중국의 군사기밀이 노출된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해 '우리 앞마당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주장을 보면 매우 당혹스러워진다. 서울에서 베이징 간 직선거리는 920㎞에 불과하다. 서해는 물론 한반도 전체를 중국과 한 덩어리로 보고 있는 것 같아 불쾌함을 지울 수 없다.

그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이중잣대다. 중국은 2005년 러시아와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동해안의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서해안의 산둥성 칭다오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이 작전지역이었다. 해군의 육상 상륙훈련도 포함됐고,첨단 미사일 발사훈련도 이뤄졌다. 북한의 인접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과 마주보고 있는 칭다오에서 지상 상륙훈련까지 실시한 마당에 왜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은 안된다고 우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가 훈련하면 방어용이고,한국과 미국이 훈련하면 공격용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마치 중국이 그토록 싫어하던 '미국의 일방주의'가 중국으로 확산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또 천안함 사태 발생 후 중국이 입버릇처럼 "한반도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중국의 이익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속내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중국은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국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선 중국용과 비(非)중국용의 이중잣대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