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 특수장비 분야의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한 티에스엠텍(회장 마대열 · 56)이 글로벌 원전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대우인터내셔널과 손잡고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원자력 발전소 보조기기와 원자력 연료 및 폐기물의 저장,이송장치 등의 글로벌 수주 영업망을 통해 티에스엠텍을 지원하기로 했다.

티에스엠텍은 이에 앞서 캐나다의 다국적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인 에이콘과도 원자력 발전 핵심 설비에 대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에이콘이 원자력발전소 1기를 건설할 때마다 5000만~7000만달러 정도의 설비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대열 회장은 "이를 통해 2013년 매출 1조원의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세계 원전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손꼽고 있다. 마 회장이 이렇게 자신하는 데는 세계 티타늄 장비시장을 선점해 온 일본 히타치 · 도시바,벨기에 코크,독일 지멘스 등과 해외시장에서 경쟁해도 가격이나 기술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에스엠텍은 2004년 호주 동북부 뉴칼레도니아의 니켈 생산공정 사업에 들어가는 초대형 티타늄 열교환기 수주전에서 히타치와 코크 등을 따돌리고 일감을 따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티에스엠텍은 1998년 산업용 티타늄 볼트와 너트를 시작으로 티타늄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불과 12년 만에 세계 1위 티타늄 장비 제조업체의 반열에 오른 것은 끝없는 기술개발과 공격적 투자 덕분이다. 마 회장은 성장과정에서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삼성석유화학으로부터 정제탑(Dehydration Tower)을 수주한 일이다. 당시 원재료비만 43억원이 소요될 것을 알면서 그는 23억원을 써내 수주에 성공했다. 순전히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마 회장은 "생산 경험이 없던 당시로서는 무조건 수주를 해야 울산 공장 완공과 함께 수주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저가 입찰에 나선 것"이라며 "이런 경력 덕분에 오늘날 연매출 3000억원을 바라보는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마 회장은 울산 기업인들 사이에서 '작은 정주영'으로 통한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중퇴인 데 반해 전문가를 방불케 하는 해박한 지식과 언변,과감한 비즈니스 기질이 꼭 정주영 회장을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낸 때문인지 마 회장의 티에스엠텍 직원에 대한 배려는 대단하다. 기숙사 무료에 연 120만원 금연수당 지급,결혼하면 300만원 지원 등 대기업 못지않은 임금과 복지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마회장은 "여전히 원전플랜트 사업의 주요 부품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인 만큼 이를 국산으로 대체해 나가는 게 티에스엠텍의 지상 목표"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