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영국 재정긴축의 ‘총대’를 맨 예산책임청이 수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신설된 예산책임청의 초대 청장인 앨런 버드 경이 한 달 내 그만두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 보도했다.

예산책임청은 원래 버드 총장의 임기는 3개월이었으며 예정대로라면 10월 20일께 물러나야 하나 시기를 조금 당긴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그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며 민간 부문으로 가고 싶다”며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예산책임청은 뒤를 이을 새로운 수장을 물색하고 있으며 세무전문가로 꼽히는 경제학자 로버트 코테가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한 고위당국자는 “버드 총장의 독립성이 흔들렸기 때문에 사퇴를 결심했다는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며 “버드 총장이 구상했던 예산책임청의 청사진은 후임 총장이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차대전이후 최대 강도로 평가받는 긴축안 논의 과정에서 그가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에 압력을 받아 자진사퇴한 것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카메론 총리는 130만명의 일자리 감축을 주장했으나 버드 청장은 100만명 미만이면 충분하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긴축안은 총리의 의견대로 확정됐다.

애초 석 달 임기를 약속했던 버드 총장에게 향후 몇 년간의 큰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조지 오즈본 재무장관이 과도한 업무를 맡겨 업무 피로도를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그는 올해 72세로 고령에 속한다.이번 사태로 영국의 최연소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오즈본 장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예산책임청은 경제성장치를 예측하고 예산 규모와 공공 부문의 지출 삭감,세금 정책 등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이달 출범했다.지난해 오즈본 장관의 러브콜을 받아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합류한 버드 총장은 재무부와 중앙은행 등을 거친 경제통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