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준 금리를 올릴 때가 됐습니다. "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는 7일 삼정KPMG그룹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0 미국과 세계경제의 전망'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다"며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경기침체나 후퇴를 겪고 있지 않은 나라가 이 정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 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지난 6개월간 한국의 경제 상황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현재 과열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이른 시일 내에 금리를 인상해야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이기도 한 그는 미국 경제정책 수립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경제학자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미국경제학회장 등을 지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위안화 절상 등으로 인해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10% 넘는 경제성장률을 9%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의도한 정책의 결과"라며 "이는 경기과열을 막아주면서 중국의 늘어나는 노동력을 흡수해 실업률을 높이지 않는 정도의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수출 대비 내수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민간소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유럽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는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경기부양을 이끌었지만 재정적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계에 달했다는 것.그는 "미국 경제는 현재 더블딥이 일어날 가능성이 30% 정도로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며 "소비심리를 부양했던 재정정책 대부분이 올해 안으로 끝나는 데다 실질 실업률이 15% 정도로 높아지고 있어 소비에 의존하는 미국 경제는 당분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럽 경제는 이미 취약한 상황에서 재정 지출까지 줄이게 돼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며 "그리스는 국가 부도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