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7일.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50)은 국내 펀드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펀드 판매망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펀드의 성패를 가르던 시기에 '한국의 사와카미펀드'를 자처하며 펀드 직접판매에 나섰다. 사와카미펀드란 일본에서 장기투자 기치를 내걸고 직판 펀드로 돌풍을 일으킨 사와카미투신의 대표 상품이다.

지난 2년은 강 회장에게 국내에서 펀드 직판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출시 첫해 155억원에 머물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의 설정액은 7일 현재 55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 1년간 13조원 이상 빠져나가는 동안 이 펀드는 4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강 회장은 "외딴 섬에 사는 고객이 일부러 도시로 나와 계좌를 만들었고,최전방 군 복무 중 휴가를 이용해 펀드에 가입한 젊은 군인을 보면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수익률은 일단 합격점이다. 국내 주식형인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의 2년 누적수익률은 50.68%다. 설정액 100억원,운용 기간 1년 이상인 396개 국내 주식형펀드 중 6번째로 높다. 1년 수익률(39.15%) 3위,연초 이후(7.08%) 9위로 전 구간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중국펀드인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는 2년 수익률(12.66%) 3위,'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2.21%)도 9위에 해당한다. 이들 펀드 수익률도 같은 지역 펀드보다는 20%포인트 이상씩 높다.

하지만 에셋플러스는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8년 회계연도(3월말 결산) 42억원 순손실을 본 데 이어 2009년 회계연도에 62억원의 주식 처분이익이 반영돼 13억원 순이익을 냈지만 본업에선 사실상 적자를 봤다.

강 회장은 "2~3년은 더 적자를 각오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직판이 존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원칙이 옳은 만큼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 회장은 "운용사와 투자자가 '장기 수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만날 때 펀드 투자는 성공한다"며 "직판은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수 장기 대형펀드 육성이라는 경영원칙과 '1등 기업에 투자한다'는 운용원칙을 꾸준히 지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국내 펀드시장에도 계열 판매사(은행 · 증권)에 의존하지 않고 직판으로 성공한 사례가 나와야 한다"며 "강 회장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