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첫 귀국전을 갖고 있는 박씨는 "디지털 시대의 모든 영상 이미지가 중세를 풍미했던 모자이크 미술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해 변화무쌍한 자연의 소리를 점화 형태의 모자이크 페인팅으로 되살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 건축미술과를 졸업한 박씨는 모자이크 미학의 현대적인 변용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전 건축 부분에서 두 차례나 입상했다. 1974년 LA로 건너간 후 미국,프랑스,멕시코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을 손 가는 대로 붙이고 색칠합니다. 월남전 때 본 베트남의 노을과 바다 야자수 풍경,폭격으로 폐허가 된 자연을 상기하며 지나간 시간을 추적하지요. "
박씨의 '자연의 소리' 연작은 신인상주의 화가 쇠라의 병치혼합 효과(대상을 작은 색점으로 표현)를 벤치마킹한 듯하다. 중성적인 톤의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거친 표현주의적 묘사도 녹아있다. 서정시처럼 따스한 심상이 담긴 자연을 유기적인 모양으로 재구성해 공감각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창가에서 관조하는 자연이든,도시의 일상 속에서 접한 자연이든 무수한 색상의 대비를 통해 그 속성과 본질을 역동적인 소리로 치환합니다. "
화면 역시 가까이 볼 때와 멀리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이중적인 코드를 내장한 색감의 입체 효과가 뛰어나다. "수직과 수평의 격자 구성만 눈에 들어올 겁니다. 정형적 모자이크가 아닌 비정형의 픽셀들로 자연의 본질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려고 제가 창출한 화법이지요. "
그의 작품에는 보통의 캔버스 페인팅보다 훨씬 많은 수작업이 동원된다. 작은 화면일지라도 약 1만여개의 종이 조각을 붙이고 색칠한다. 작업이 끝나면 서로 다른 색감들이 어우러져 마법 같은 분위기를 뿜어낸다. 그의 작업을 단순히 도상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장인 근성과 창작 에너지가 결합된 결과다.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근작 '자연의 소리'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