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 수입품을 들라면 아마도 아이폰과 수입자동차가 꼽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난해 11월부터 판매된 아이폰은 이미 80만대 넘게 팔렸고 1년도 안 돼 100만대를 넘어설 것이 유력시된다. 수입차 돌풍도 만만치 않다. 올 들어 5월까지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3만7577대로 전년 같은 기간(2만6872대)보다 무려 40%나 늘었다. 이에 따라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6%대까지 높아졌고 특히 4000만~7000만원대의 고급차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23%를 넘어섰다.

아이폰과 수입차의 급속한 국내 시장 잠식에 국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한 것은 물론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최신 사양을 갖춘 각종 신형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아이폰에 맞불을 놓고 있다. 신차나 연식을 바꾼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가격을 올려온 완성차 업계는 이례적으로 중대형차 출시 가격 인하에 나섰다. 국내 업체들의 수성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제품의 품질이 수입품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소위 '비교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휴대폰 업체들은 아이폰과의 상세 스펙 비교를 통해 자사 스마트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이미 수입 자동차와 비교시승 행사를 진행해 온 자동차업계는 최근에는 홈페이지에 아예 '수입차 비교 서비스' 메뉴까지 신설,성능 제원 가격 연비 등에서 수입차보다 결코 못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이런 대응은 극히 당연하며 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대응 전략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국산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의 품질이 해외 어느 제품과 견주어도 이젠 크게 뒤질 게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외국제품에 자꾸 눈을 돌리는 데는 단순한 가격이나 품질 이외에 '그 무엇'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오직 수입품과의 '하드웨어 스펙' 비교에만 집중하는 마케팅 전략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그럼 아이폰이나 수입차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점은 과연 뭘까. 물론 그저 유행에 따른 구매일 수도 있고 '나도 외제 한번 써보자'는 심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산품 구입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그 제품 특유의 연관 서비스나 감성, 혹은 소비자 만족 등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면에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곰곰 따져볼 일이다.

아이폰에서는 그것이 수십만개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일 수도 있고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엄청난 수의 애플 마니아를 양산하는 이 회사 특유의 신비주의 마케팅 또는 폐쇄적인 운영체제(OS) 정책일 수도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펼치는 로열티 마케팅도 국산차 구입 고객이 누리기 어려운 경험이다. 패밀리 카드를 발급해 클래식 음악회나 뮤지컬 등 문화행사,각종 골프대회,패션쇼 초대를 비롯 다양한 혜택을 준다. 공통점은 한마디로 자사 제품 고객들을 유 · 무형의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편입시켜 고유한 체험과 만족감을 주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품질은 기본이고 여기에 '플러스 α'를 제공해 고객을 매혹시킨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국내 휴대폰이나 자동차 업체들은 그간 얼마나 고객들의 이런 니즈에 부응해왔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제품 성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마음을 되돌리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