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대상인 흰쥐는 생리학적으로 조루증이 없습니다. 따라서 조루치료제의 임상시험은 상상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만큼 실증과학이 아닌 공상과학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에 이어 조루증치료제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김순회 동아제약 연구본부장(56)은 비뇨기계통 신약개발의 애로사항을 이같이 에둘러 표현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은 조루증 치료제 'DA-8031'의 임상1상에 착수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조루증 치료제 개발은 질병의 원인에 대한 학계와 제약업계의 공개된 연구자료가 전무하고,치료제의 약물효과를 규명할 평가기술도 제한적이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임상 중인 후보물질을 만들기까지는 조루증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합물만 300여가지가 만들어졌다가 폐기되는 작업이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종 후보물질을 만들어도 현재 시판 중인 제품의 조성 및 물질특허를 피해야 하는 데다 경쟁사들이 유사한 화학화합물을 만들어 미리 출시하지 않을까 하루하루를 피말리는 긴장 속에 산다"고 덧붙였다. 다행스럽게 전임상을 통해 'DA-8031'은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도 줄어든 것으로 입증됐다.

후보물질의 도출 못지않게 약효를 입증해야 하는 임상시험도 정형화된 툴(tool)이 없는 데다 실험을 위한 도구도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등 고난의 연속이다. 가령 쥐의 음경(陰莖)은 피부 속에 감춰져 있어,복부 등을 누르지 않은 채 특정부위만을 적출해 자극하는 실험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전 연구원들의 고민 끝에 음경만을 미세 자극할 수 있는 특수장치를 만들어내고서야 임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조루증치료제의 시장규모는 세계시장 50억달러,국내 잠재시장은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 본부장은 "현재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의 지속시간 등 약동 역학적 패턴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며 "2014년께면 조루증치료제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루치료제 시판허가가 떨어지면 동아제약은 비뇨기계통에서 명실공히 글로벌제약사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며 "이미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로 갖춰진 비뇨기과 영업망을 적극 활용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물론 두 신약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남성질환 시장을 효과적으로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