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는 올해 상반기 견실한 실적을 거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상반기 대비 판매량 증가율은 각각 26.7%와 49.1%로 집계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평균인 20%에 비해 나은 성과를 낸 것.GM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의 같은 기간 판매량 증가율은 42.5%와 85.3%에 달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고했다. 파업 여파에서 벗어난 쌍용자동차도 매달 꾸준히 7000대 이상 판매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 등 경쟁 업체가 글로벌 리콜 사태 등의 악재로 주춤거리는 사이 시장 지배력을 대폭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상반기 국내 자동차 업체에 대한 총평이다.

◆하반기 자동차 경기 '약보합'

하반기 자동차 수출 경기는 상반기보다 다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JD파워는 하반기 수요가 상반기보다 4~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시장은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율이 상반기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반기부터 주요국 정부가 출구 전략에 돌입,금리 인상이 잇따를 경우 예상보다 수요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업체들의 하반기 성적은 해외 경쟁 업체에 비해 나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상반기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거점 시장 점유율이다. 현대 · 기아차는 지난 6월 미국 시장에서 8만3111대를 판매해 닛산,폭스바겐,BMW 등을 제치고 8.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아차는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신차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형 세단 K5,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 등이 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연초 예상했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 물량은 230만대 수준이었다"며 "한국 업체들이 지금처럼만 활약해주면 예상치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해보다 재고가 감소,물류비가 줄어든 데다 할인 행사 자제로 마케팅비도 덜 들이고 있는 만큼 영업이익 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변수 많은 내수시장

내수시장 하반기 전망은 수출 시장에 비해 어둡다. 자동차 판매량이 연말까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8월 출시할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신차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악재로 꼽힌다. 8월 출시 예정인 GM대우의 중형 세단 알페온과 쌍용차의 SUV 코란도C 등이 상반기 히트작인 K5와 스포티지R만큼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출시 시기가 연말께여서 하반기 자동차 경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면 세제 혜택을 줬던 지난해 하반기와 신차가 집중적으로 출시된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차량 구매가 이뤄졌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자동차 구매 여부를 저울질하는 소비자 풀 자체가 줄어든 상태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출시한 신차들의 인기가 얼마만큼 지속되는지가 하반기 내수시장을 결정할 전망"이라며 "상반기보다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반기 내수시장 전망은 기관에 따라 조금씩 엇갈린다. 자동차공업협회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하반기 예상 내수 판매량을 상반기(71만대)보다 소폭 감소한 69만대 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초 예상했던 140만대 판매목표는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처럼 급격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경기가 악화한다고 해도 대부분 업체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보다 예상 판매량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제 지원,신차 효과 등 내수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좋은 카드는 이미 모두 써버렸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5~10%가량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