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중심가,주요 도로는 주차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백m에 걸쳐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었고 경적 소리만 요란했다. 스페인 지하철 노조의 전면 파업 때문에 시민들이 대거 차를 몰고 나온 탓이었다.

같은 날 저녁,이번엔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이 이용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프랑스 항공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탓이다. 이날 샤를드골 공항의 항공기 운항은 약 15%가 취소됐다. 공항 곳곳에선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한 관광객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남유럽이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정난에 처한 각국 정부가 유럽식 복지 모델에 '메스'를 가하자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특히 스페인,프랑스 노조 등은 연금지급 연령을 높이려는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60세인 근로자들의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2018년까지 62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금재정 적자가 지난해 80억유로에서 올해 320억유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도 2013년부터 연금 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정문제가 심각한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로 분류돼온 스페인 정부는 연금개혁 외에 육아 · 복지수당 등을 폐지하는 긴축재정안을 내놓았다.

그리스와 영국 독일 등도 연금개시 연령 상향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유럽의 헝가리는 이미 올해부터 연금개시 연령을 57세에서 62세로 끌어올렸다.

각국 정부는 "이제부턴 일을 더 하고 돈을 받아 가라"고 하지만 조기 퇴직 후 일을 하지 않고도 연금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던 유럽의 노동자들은 현실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스페인의 일반 국민들의 시선도 곱진 않다. 마드리드에 있는 경영전문대학원(MBA)인 IE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바흐 교수는 "관광산업이 GDP의 10%를 차지하는 스페인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자영업자들과 실업자들 그리고 언제 직장에서 해고될지 모르는 사람들은 '연금 개시 연령을 올리지 말라'며 파업을 벌이는 이들의 요구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마드리드 · 파리=김일규/박성완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