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세조종은 펀드매니저의 과욕과 자산운용사의 관리 소홀이 빚어낸 수익률 지상주의의 산물입니다. "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정책제도실장은 불법적인 펀드 시세조종 행위의 원인이 과도한 수익률 경쟁에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업계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위이며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금융당국의 조사 확대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이번 사태가 자칫 운용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운용사들은 서둘러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재점검하며 집안 단속을 하고 있다.

◆시세조종 행위 근절은 당연

금융당국의 조사가 윈도드레싱 자체가 아니라 펀드를 통한 시세조종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확인되자 운용업계는 "시장 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일단 수긍하는 분위기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펀드매니저는 선의의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며 시세조종은 강력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시적 수급에 의해 오른 주가는 반드시 떨어지며,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대형 자산운용사의 A펀드매니저도 "의도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시세조종 행위는 근절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윈도드레싱마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B펀드매니저는 "윈도드레싱은 결산기 수익률 관리를 위해 어느 나라나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부담을 느낀 펀드매니저들이 분기 말이나 결산일에 아예 매매를 기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의 거래 위축으로 수급 공백이 생길 경우 조금만 팔아도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홍호덕 아이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매니저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것은 펀드산업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률 지상주의가 문제

펀드매니저에 대한 수익률 압박이 이번 불공정 행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D자산운용 사건도 펀드매니저 개인의 이익보다는 펀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컴플라이언스팀 이사는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 과정에서 펀드매니저들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실도 원인으로 꼽힌다. 노 실장은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실적 관리를 위해 유혹을 느끼고,회사도 수익률이 좋아야 자금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내부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운용사들이 연기금의 위탁자금을 운용하면서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시스템

대형 운용사들은 금융감독원이나 거래소가 제시하는 시세조종 기준보다 엄격한 잣대로 펀드매니저들을 통제하고 있다. 한 대형 운용사의 경우 △14시30분 이후 신규 주문 △종가 급변종목의 마감 동시호가(14시50분~15시) 때 체결된 경우 △직전가(14시50분) 대비 상승률이 1% 이상이면서 펀드매니저의 체결관여율이 25% 이상인 거래 △직전가 대비 상승률이 5% 이상이면서 체결관여율이 50% 이상인 주문 등은 '종가 관여 종목'으로 걸러내고 있다. 또 '펀드매니저의 당일 거래관여율 50% 이상'과 같은 집중매매 적출 기준까지 별도로 두어 제한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또 종목 선정이나 주문은 펀드매니저가 하고 실제 증권사에 내는 주문은 트레이더가 담당하도록 하는 '견제장치'를 두고 있다. 문제가 된 D자산운용도 이런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박 이사는 "아무리 훌륭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불공정 거래의 근절 의지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시가총액 1000억원 이하 소형주는 보다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며 "컴플라이언스 기준에 대한 재점검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서정환/박민제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