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멕시코만에서 영국 에너지 기업인 BP의 시추시설 폭발로 1.5㎞ 심해의 파이프에 구멍이 발생,하루 3만배럴가량의 원유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11명의 인명 피해,기름에 덮인 시커먼 바다 못지않게 미국인을 분노케 한 것은 이번 사건을 일으킨 '영국'기업 BP,그리고 BP의 대처방법이었다.

◆가깝고도 먼 영국과 미국

"멕시코만은 큰 바다이고,그에 비하면 유출된 원유량은 극히 적다. 나보다 더 이 사태 해결을 갈망하는 이는 없다. " 원유 유출 이후 BP의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헤이워드가 한 말이다. 미국인은 집단을 볼 때 개별적인 구성원보다 조직을 대표하는 상징 또는 인물을 찾는 경향이 강한 반면,영국인은 개인이 조직을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 원유 유출 이후 헤이워드가 이번 사태에 대해 개인적 입장을 밝힐 때마다 미국은 크게 노여워했고,BP의 주가는 하락했다. 영국인들은 미국이 왜 BP라는 회사의 실수 때문에 CEO 개인을 공격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미국이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했고,미국인은 회사의 실수라도 회사 대표는 이에 대한 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영국인의 '이기주의'를 공격했다.

미국은 영국에서 건너간 앵글로 색슨계가 주류이고 영국의 언어와 문화,전통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은 영국과 미국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인이 개인을 보고 투표하는 반면 조직과 개인을 구분코자 하는 영국인은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 화려한 정원을 과시하는 미국인과 달리 영국인의 정원은 밖에서 볼 수 없게 뒤편에 숨어있다.

◆영국 비즈니스 문화의 특징

혈통을 중요시하는 영국인과 거래할 때는 직접 부딪치기보다 영국 사정에 밝은 영국인 에이전트를 두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회사 내의 직책은 그 분야의 전문가일 뿐 한국처럼 직급에 따른 서열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책임자와 만나게 해달라','담당자의 직급이 너무 낮은 것 같다'는 식의 말은 결례가 될 수 있다. 또한 담당자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으므로 담당자를 설득시키지 못할 경우 그 거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외부인을 경계하고 노출을 꺼리는 영국인은 새로운 주문,방문 요청 등에는 잘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만남을 트고 교류를 시작한 뒤에는 적극적이며 친절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첫 접촉에 냉담하더라도 똑같은 e메일을 반복하거나 사전 약속 없이 불쑥 방문하는 식의 방법은 피해야 한다.

기업 간 첫 교신에서는 편지를 당연한 수단으로 여기고 호칭을 중요시한다. 틀린 호칭을 사용하거나 처음부터 이름을 부르면 심한 결례로 생각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반 평민은 Mr,Miss,Mrs,Ms 등을 사용하고 귀족은 대부분 Rt. Hon + 작위명,기사는 Sir,Lady,젠트리계급은 Esq 등을 붙이며,대체로 학력까지 표시(MSc,MA 등)해주는 것이 좋다.

한국인은 기업 홍보를 하면서 '최고','세계일류' 등의 주관적 표현을 많이 쓰고 그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외마케팅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영국인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내용을 홍보에 사용하는 것을 악으로 간주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영국에 처음 출시할 때 WAP 방식의 제한적 웹서핑과 차별화하기 위해 플래시 등 일부 요소가 지원되지 않음에도 'Full Web'이란 표현을 광고에 사용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