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그룹주 펀드가 올 상반기에 두각을 나타냈다. 승자 프리미엄을 누린 삼성전자와 현대 · 기아차를 중심으로 관련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뛴 덕분이다. 설정된 지 1년이 넘은 투자원본(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C/A)'이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전체적으로 손실을 입어 부진했지만 인도 동남아 펀드들만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하반기도 해외보다는 국내 성장형펀드의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안츠펀드 나란히 1 · 2위

30일 펀드평가 업체 KBP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 상반기(29일 기준) 2.56%의 수익률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국내에선 기업 실적이나 경기 회복세가 뚜렷했지만 유럽 재정위기, 중국 긴축 등 해외 악재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수만 추종하는 코스피200인덱스펀드의 수익률(0.53%)을 웃돌아 체면치레를 했다. 유형별로는 그룹주펀드 수익률이 7.31%로 가장 높았으며 중형가치주펀드(5.20%)와 사회책임투자(SRI)펀드(4.11%)가 뒤를 이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개별 펀드에선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C/A)'(16.22%)과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C/A)'(11.38%)가 나란히 수익률 1,2위를 차지했다. 정보기술(IT)주에 집중 투자하는 '신한BNPP프레스티지코리아테크2'와 '신한BNPP프레스티지코리아테크적립식1' '미래에셋맵스그린인덱스A'도 10%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

설정액 1조원 이상 펀드에선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C)'과 '한국밸류10년투자1'이 높은 수익을 거둔 반면 미래에셋 초대형 펀드인 '인디펜던스K-2A' '디스커버리3A' '3억만들기솔로몬1A' 등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펀드 9%대 손실

해외 주식형펀드는 인도(9.95%) 동남아(8.02%) 아시아신흥국(1.71%) 펀드가 선두권에 포진한 반면 중국(-9.18%)과 브라질(-6.74%) 펀드들이 하위권으로 처졌다.

배성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국내 투자자의 해외펀드 투자자금 중 60%가 중국과 브라질 펀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수 투자자들이 상반기에 손실의 쓴맛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위기의 진앙지였던 유럽에 투자하는 유럽펀드(-4.69%)와 선진국펀드(-6.07%)도 큰 폭의 손실을 냈다.

평균적으로 4.57%의 손실을 입었지만 개별펀드 중에는 10%대의 고수익을 거둔 펀드도 나왔다. 명품을 포함한 고가소비재에 투자하는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C1'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32%에 달했으며 '미래에셋인디아어드밴티지1' 'F인디아플러스A' '미래에셋인디아솔로몬1A' 등 인도 펀드도 줄줄이 선두권에 포함됐다. 반면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A'와 '미래에셋차이나A셰어1(H)F' '삼성차이나2.0본토1(Cf)' 등은 -20%대의 큰 타격을 입었다.

해외 혼합형 중 최대(2조9500억원)인 '미래에셋인사이트1A'도 2.70% 손실을 입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