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의 고민…"책임지라면 책임지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종시 본회의 부결땐 사의표명 가능성 높아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주지 않겠다는 의미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주지 않겠다는 의미
정운찬 국무총리가 거취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세종시 총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세종시 수정에 올인해온 정 총리로서는 폐기가 확실시되는 '세종시 수정안'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총리 사퇴 등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총리는 27일 서울 잠실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수정안이 부결되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책임지라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6 · 2 지방선거에서의 여당 참패,그리고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상임위 부결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거취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뿐 입을 굳게 다물어왔다. 지방선거 직후인 6월3일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나란히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 총리는 '침묵'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도 사의를 표명하고 싶었겠지만 세종시 처리 문제가 남아 있어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의 사퇴 표명은 곧바로 '세종시 수정 포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 총리가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없이 사의를 표명하면 자칫 '항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도 정 총리의 운신 폭을 제한해온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는 대통령에 반기를 들거나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언행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수정안 부결시) 책임지겠다"고 밝힌 대목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수정안이 28~29일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청와대도 깨끗이 승복할 수밖에 없다"며 "부결시 정 총리 거취와 관련해 이 대통령과 총리 간에 모종의 교감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 총리가 수정안 최종 부결 후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곧바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총리 인사는 내달 14일 한나당 전당대회에 이어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개편 등 범여권의 인적 쇄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