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얘기에 더 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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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화가 황주리씨 개인전
1980년대 중반 '화단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서양화가 황주리씨(53)는 '문화인(文畵人)'으로 불린다. 30여년간의 화업과 함께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어 있다》 등 산문집 5권을 출간했고 작년 8월부터는 문학 웹진 '나비'에 '네버랜드 다이어리'라는 단편 소설을 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그의 붓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학과 미술의 경계에서 사진 장르를 접붙이며 예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황씨는 "현대 미술에서 사진과 회화,스토리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애틋한 사랑과 이별,기쁨,즐거움,후회 등 갖가지 추억을 사진을 찍듯 화면에 연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놀이터,초등학교의 수돗가,에스토니아의 담벼락,비에 젖은 계단 등의 풍경을 포착한 사진을 활용해 화면에 새로운 스토리를 입혀봤어요. 사진에는 화가가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많더군요. 사진이 연극 무대라면 그 위에 그린 사람이 배우가 돼서 연극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거죠."
단순히 사진과 그림을 합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가 찍은 사진 위에 새로운 이미지들을 그려넣어 또 다른 이야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황씨는 "사진의 기술적 테크닉과 회화의 상상력은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미학적 기계들이지만 두 기계는 서로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데 상호 협조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든 회화든 단순한 외적 형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니 만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돌이나 안경,그림엽서,의자 수집가로 알려진 제게 사진 찍기는 또 하나의 자유로운 이미지 수집입니다.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지금의 나와 어제의 나,유전자 속의 나,그 모든 것들이 뭉뚱그려진 개인의 기록이고요. "
그의 그림은 인생살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다. 녹슬고 얼룩진,음습하고 축축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그의 작업 주제 역시 '인간에 관한 연구''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에 관한 연구'다. 그래서 전시 타이틀도 '꽃보다 사람'으로 내걸었다.
"여기서 꽃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죠.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어요. "
그는 "아무래도 꽃은 삭막한 현실에다 풀이나 강력 접착제로 정성껏 붙이고 싶은 꿈속의 벽지 같은 모양"이라며 "그 꿈속의 벽지가 바로 내가 그린 꽃그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내달 11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서는 추억의 장면들을 가득 채운 대작부터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그린 작품,의자에 그림을 그려넣은 미공개 작품 등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문학평론가인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의 권유로 웹진에 연재 중인 그림 소설을 묶어 9월께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02)519-08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황씨는 "현대 미술에서 사진과 회화,스토리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애틋한 사랑과 이별,기쁨,즐거움,후회 등 갖가지 추억을 사진을 찍듯 화면에 연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놀이터,초등학교의 수돗가,에스토니아의 담벼락,비에 젖은 계단 등의 풍경을 포착한 사진을 활용해 화면에 새로운 스토리를 입혀봤어요. 사진에는 화가가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많더군요. 사진이 연극 무대라면 그 위에 그린 사람이 배우가 돼서 연극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거죠."
단순히 사진과 그림을 합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가 찍은 사진 위에 새로운 이미지들을 그려넣어 또 다른 이야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황씨는 "사진의 기술적 테크닉과 회화의 상상력은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미학적 기계들이지만 두 기계는 서로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데 상호 협조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든 회화든 단순한 외적 형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니 만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돌이나 안경,그림엽서,의자 수집가로 알려진 제게 사진 찍기는 또 하나의 자유로운 이미지 수집입니다.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지금의 나와 어제의 나,유전자 속의 나,그 모든 것들이 뭉뚱그려진 개인의 기록이고요. "
그의 그림은 인생살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다. 녹슬고 얼룩진,음습하고 축축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그의 작업 주제 역시 '인간에 관한 연구''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에 관한 연구'다. 그래서 전시 타이틀도 '꽃보다 사람'으로 내걸었다.
"여기서 꽃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죠.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어요. "
그는 "아무래도 꽃은 삭막한 현실에다 풀이나 강력 접착제로 정성껏 붙이고 싶은 꿈속의 벽지 같은 모양"이라며 "그 꿈속의 벽지가 바로 내가 그린 꽃그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내달 11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서는 추억의 장면들을 가득 채운 대작부터 여행길에서 만난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그린 작품,의자에 그림을 그려넣은 미공개 작품 등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문학평론가인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의 권유로 웹진에 연재 중인 그림 소설을 묶어 9월께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02)519-08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