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대안으로 인식돼온 적립식 펀드가 진화하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10년 이상 장기투자가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기적인 수익률 부진을 참지 못하는 펀드투자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꽤뚫고 이에 맞는 펀드와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펀드 투자방법이 '거치식→적립식→적립식+타이밍투자'로 세대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

1970년대 시작된 1세대 투자방법인 거치식펀드와 2005년 이후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보여준 2세대 적립식투자를 거쳐 최근에는 타이밍(투자시기)이 접목된 적립식 투자로 3세대까지 확장되고 있다.

임진만 신한금융투자 펀드 애널리스트는 "펀드투자자들은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1~2년 동안의 수익률 차이에 관심이 높다"면서 "변동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투자기간 1~2년 동안 저가매수 방식으로 적립식을 이용한다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변동성 활용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 뿐만 아니라 판매사들까지도 저가 매수시점을 활용한 상품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운용사들은 증시의 변동성을 활용해 펀드매니저가 자체적으로 주식 등의 위험자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판매사들 역시 일정한 조건하에 투자자들이 투자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최근의 변동성 장세를 극복할 수 있도록 발 빠른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적립식+타이밍투자'의 대표적인 서비스가 적립식 자동매수다. 전달 주식시장의 하락률에 따라 투자자가 일반 자동매수금액 외에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지정해 하락시 투자금액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자동주문 서비스도 동원되고 있다. 저렴한 보수와 높은 환금성의 강점을 가지는 ETF를 활
용해 보다 저렴하게 매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적립투자 기능 펀드도 합세하는 형국이다. 펀드 내에서 전달 지수등락에 따라 적립식으로 주식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

변동성 활용 펀드도 등장했다. 지수변동성을 활용해 매수·매도전략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실제 NH-CA는 지난달 31일 NH-CA 프리미엄 위험관리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국채 및 통안채 등에 60%를 투자하고, 시장변동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조절한다. 변동성은 15%에 맞추도록 고정하고 주가 상승시 주식 비중을 높이고 하락시 주식비중을 줄인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 4월 매월 적립되는 주식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삼성 스마트플랜 펀드를 출시했
고, KTB자산운용은 2008년 3월 일반 주식평 펀드에 펀드매니저의 시황전략에 따라 투자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KTB 액티브 자산배분 펀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판매사 중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ETF자동주문 서비스를 개시했다. ETF를 대상으로 한 자동주문 서비스로, 자동주문금액은 매달 5만원이상이다.

일반 주식형펀드 대비 4분의1 수준인 EFT의 저렴한 보수와 높은 환금성이 강점이다. 다만 주문접수시 미체결가능성이 있고, 장중 등락에 따라 가격변동에 실시간 가격노출이 된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2월 투자자가 지정한 하락률 이상으로 코스피 또는 펀드 기준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동이체 금액을 변동할 수 있는 서프라이스 적립식 자동매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진만 애널리스트는 "기존의 적립식 투자방법이 장기투자의 좋은 방법이라고 해도 금융위기와 같은 급격한 변동성에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다면 투자를 지속할 심리적 여유가 생길 수 없다"면서 "변동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타이밍과 적립식을 혼용하는 시스템적 투자방법이 효용성을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변동성을 활용한 마켓타이밍은 추세적인 방향 및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약점을 나타낼 수 있다"면서 "노후자금이나 자녀학자금 마련 등의 장기 목적성 투자는 보다 긴 흐름으로 기존 적립식 방법을 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