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대표적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56)과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68)이 '고액 연봉'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기업 사장 보수의 4~5배에 달하는 100억원 이상의 연봉을 챙기고 있는 것이 밝혀지면서 주주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닛산자동차의 곤 사장은 지난 23일 요코하마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상당 시간을 자신의 고액 연봉에 대한 해명에 할애했다. 레바논계 브라질인인 곤 사장은 자신의 연봉에 대해 "회사 실적과 개인 실적,다른 다국적 기업의 임원 보수 등 세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한다"며 "내 연봉 980만달러(약 8억9000만엔 · 116억원)는 글로벌 기준에서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미국 포드 앨런 멀럴리 사장의 연봉은 1740만달러"라며 "내 연봉은 세계 자동차업계 CEO 평균인 1170만달러는 물론 닛산과 비슷한 매출 규모의 글로벌 회사 CEO 평균인 1260만달러보다도 적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새 제도 도입으로 올해부터 연봉 1억엔(약 13억원)이 넘는 기업 경영진의 수입이 공개된 이후 여론의 '고액 연봉' 비판에 방어 논리를 편 것.

곤 사장의 연봉이 공개되자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곤 사장은 왜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나. 그 이유는 그가 직원 자르는 데 명수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닛산의 한 주주는 "일본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고,고용시장은 위축돼 있다. 곤 사장이 자발적으로 연봉의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곤 사장은 "내가 (직원을 해고하는) 고통스러운 판단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구조조정만으로 닛산이 되살아난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만이었다면 지금 (잘나가는) 닛산은 없었을 것"이라며 "과거 14만명이던 근로자는 최근 17만명으로 늘었고, 전 세계적으로 닛산의 종업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니의 스트링거 회장도 고액 연봉 논란에 시달렸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현금 급여와 스톡옵션 50만주를 합쳐 8억1000만엔이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