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처음으로 지리산을 다녀왔다.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추앙받아온 지리산의 이름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의 맥에서 흘러왔다고 해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자신의 하찮음을 깨달아 겸손을 배우고,땀을 흘리며 산에 오르는 동안 인내를 배우며,정상이라는 희망이 있어 끝까지 오르고,하산하며 자연의 순리를 깨달아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지리산에 다녀온 후 나는 주변 사람들을 '지리산에 올라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하고 싶어질 정도로 지리산에 매료됐다. 백무동에서 장터목 대피소로 가는 길에 2㎞가 족히 넘는 가파른 한신계곡을 지나면서 곳곳에 보이던 여러 폭포의 아름다운 자태란 내가 여행해 본 해외 어느 곳보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또 800여종이나 되는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리산은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바위를 덮고 있는 푸른 이끼들이 원시림의 신비감을 느끼게 해줬다.

해가 질 무렵 하산하고 보니 하루 11시간,20㎞의 대장정으로 온몸은 지쳐있었지만 기분만은 최고였다. 자연 속에서 심신도 더욱 건강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쌍계사는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비로 지리산 자락의 운치가 더해져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유서 깊고 아름다운 절이라는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세계는 산업화로 피폐해져가는 지구를 살리고 온난화를 막기 위해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이미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환경을 미래비전으로 내세우며 관련 연구개발과 실행에 엄청난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고,우리나라도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정책목표 아래 친환경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경쟁국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려면,정책을 입안하고 실무를 집행하는 사람들과 친환경 사업계획자들이 직접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창의적인 발상을 이끌어낸다면 환경 정책과 사업 구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콘크리트 숲속의 사무실에 머물러 있어서는 창의적 발상을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친환경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며 환경의 중요성과 관련 성과에 대해 여러 차례 발표기회를 가졌지만,이번 지리산 등반을 통해서 인간과 자연의 진정한 상관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아름다운 지리산과 삼천리 금수강산,더 나아가 지구를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한다. 다시 지리산으로 달려가고 싶다.

황수 GE코리아 대표 soo.hwang@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