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슈퍼차저는 랜드로버의 '기함' 모델이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만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는 웅장함의 격이 다르다. 탑승 후에도 이 같은 느낌은 그대로 유지된다. 우주선이나 탱크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레인지로버 슈퍼차저에 장착된 '심장'은 5000cc V8 슈퍼차저 엔진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510마력과 63.8㎏ · m에 달한다. 2000cc차 2~3대를 합해야 나올 수 있는 힘이다. 최대토크가 2500~5500rpm의 실용적인 엔진 회전영역에서 발휘돼 어지간한 오르막길에서는 힘 부족을 느끼지 못한다.

레인지로버 슈퍼차저는 눈,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뛰어난 안전성을 보여준다. 랜드로버의 특허 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센터 콘솔에 부착돼 있는 다이얼을 돌려 다섯 가지 지형 중 하나를 선택하면 차량 높이나 엔진 토크의 반응 등을 자동으로 제어해준다. 현재 어떤 모드로 주행하는지 계기판에 표시해준다.

멈출 때도 안정적이다. 상시 4륜 구동형 모델로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를 장착해 제동 성능을 높였다. 옆 차선에 차량이 있을 때 사이드미러에 불이 들어오는 기능도 돋보였다. 사각지대를 걱정하지 않고 차선 변경이 가능했다.

레인지로버 슈퍼차저의 내부는 여느 고급 세단 못지않았다. 최고급 유러피언 가죽 트림과 천연원목 마감재를 적용했다. 계기판은 메르세데스벤츠처럼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됐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화면)는 '듀얼 뷰' 형태다. 운전석과 보조석 탑승자가 서로 다른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한적한 시골 길을 달릴 때는 남부러울 게 없지만 도심 출퇴근용으로 아무래도 불편하다. 장애인 주차주역에 세워도 빈 공간이 없을 만큼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좁은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마다 애를 먹는다. ℓ당 5.3㎞에 불과한 연비도 부담스럽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