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의 여파로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문화예술 지원액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문화예술 지원 목적이 사회공헌 일변도에서 벗어나 마케팅과 경영전략 전반으로 확대 적용되는 등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는 분석이다.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가 22일 발표한 ‘2009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지원금은 1576억9000만원으로 2008년(1659억8500만원)보다 5% 감소했다.2003년부터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 2007년 187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8년에 이은 2년 연속 하락세다.문화예술 지원에 나선 기업수도 420개사로 2008년(469개사)보다 10.4% 감소했다.

이병권 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불황이 장기화된데다 신종플루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특히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감소폭이 컸는데 신종플루로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교육 캠프와 해외 예술탐방 교육 등이 다수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지난해 전체 지원금은 줄었지만 지원 건수는 2706건으로 전년(2389건)보다 13.3% 증가했다.소액이라도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유지 확대하려고 노력했다는 의미다.또 무용 문학 연극 등 비인기 장르에 대한 지원금도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지원 분야별로는 미술·전시가 304억9900만원으로 21.9%(66억6800만원)의 증가세를 보였다.이어 공연장과 전시장 등 문화예술시설 운영지원비(327억7800만원),문화예술교육(326억5400만원),서양음악(184억4100만원) 순으로 지원이 많았고 국악(9억여원)과 전통예술(11억여원) 부문은 가장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출연 문화재단의 지원액은 리움 등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 가장 많았고 2위는 LG연암문화재단,3위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4위는 CJ문화재단,5위는 가천문화재단으로 나타났다.

문화재단을 제외한 기업 지원액 규모에서는 문화센터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현대중공업을 누르고 1위에 올랐고 현대중공업,포스코,삼성화재해상보험,SK텔레콤,한화,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뒤를 이었다.삼성화재해상보험과 KT,한국전력공사는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과 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등 57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설문에 응답한 기업은 399개사(70%)였다.

박영주 한국메세나협의회장은 “메세나 활동에 나서는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사회와 고객이 기업의 노력을 알아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라며 “대기업 위주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중소기업과 비인기 장르로 확산시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세나협의회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계류 중인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메세나법)의 빠른 처리를 촉구했다.작년 11월 국회의원 31명에 의해 발의된 이 법률안은 기업의 예술 기부금 및 지원액에 대한 조세 혜택 확대 방안을 담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