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롯데쇼핑 이철우 사장 "1900만 고객은 롯데의 보물…이젠 VRICs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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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와 아울렛 대전
좋은 경쟁자 둔건 '福'…
마트+아울렛 등 신개념 매장 개발
2018년엔 '글로벌 톱10'
좋은 경쟁자 둔건 '福'…
마트+아울렛 등 신개념 매장 개발
2018년엔 '글로벌 톱10'
"롯데쇼핑의 화두는 단연 '글로벌'입니다. 유통업이 내수 업종이라고 해도 시장이 작은 국내에만 머물러선 미래가 없기 때문이에요. 2018년까지 세계 10대 유통업체로 성장한다는 '비전 2018'의 달성 여부도 결국 세계시장을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은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글로벌 톱10' 유통기업이 되기 위해 브릭스(VRICs) 국가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이 사장이 말하는 브릭스는 일반적인 의미의 브릭스(BRICs)와는 다르다. 'R'(러시아)와 'C'(중국)는 그대로지만,'B'(브라질) 대신 'V'(베트남)를 쓴 데다 본래 인도를 지칭하는 'I'가 롯데쇼핑에선 인도네시아를 뜻한다.
이 사장은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란 점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많은 데다 경제도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에서 아직 유통시장이 제대로 개방되지 않은 인도 대신에 집중 공략지역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인수 · 합병(M&A) 계획에 대해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쇼핑 주가가 1년여 만에 2배 이상 뛰었습니다. 어떤 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십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롯데쇼핑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투자자들은 오히려 롯데쇼핑 같은 '블루칩'을 찾더군요. 롯데쇼핑은 부채비율이 50%대에 머물 정도로 재무적으로 안정된 데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적도 좋았고요. 하지만 주가 상승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은 적정가치의 일부만 주가에 반영됐거든요. 영업실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해외에서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주가는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근 잇단 M&A로 사세를 확대했는데,추가적인 M&A 계획이 있습니까.
"M&A는 롯데쇼핑이 아닌 그룹 정책본부에서 주관합니다. (신격호) 회장님과 (신동빈) 부회장님이 주도한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2~3년간 꽤 많은 M&A를 성사시켰습니다. 올초에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인수했고 작년과 재작년에는 중국 및 인도네시아 '마크로',중국 '타임스' 등 해외 대형마트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모두 성공적인 M&A였다고 생각해요. 롯데에는 분명한 M&A 원칙이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업에는 안 뛰어들고,장래성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M&A는 안 한다는 겁니다. 잘 아는 분야,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에 한해 M&A를 할 겁니다. 회장님이 임직원들에게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모르는데 아는 척하지 말라.사업하는데 이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라고요. "
▼롯데쇼핑이 최근 들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비전 2018'의 핵심이 바로 '글로벌 롯데'입니다. 해외 매출을 지금보다 10배 이상 키워 현재 10%대인 해외 매출 비중을 40%대로 키울 겁니다. 핵심 공략지역은 브릭스(VRICs)예요.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모두 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롯데마트는 러시아를 제외한 3개국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만 진출한 상태지만,2013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도 들어서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에는 복합쇼핑몰 형태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업태와 다른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발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요. '10년 후에도 잘 먹고 살려면 지금 어떤 새로운 유통채널을 내놓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왜 안 하겠습니까. 이런 게 최고경영자(CEO)가 할 일이지,뭐 다른 거 있겠어요. 광주광역시에 선보인 '마트+아울렛' 매장은 궁합이 좋은 모델같습디다. 사람들이 마트에서 옷을 사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런 점을 아울렛이 보완해준 거죠.이런 식의 신개념 매장을 다양하게 개발할 계획입니다. 핵심은 중소도시에 있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유통채널을 만드는 겁니다. 지금까지 백화점은 배후 인구가 50만명에 못 미치면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중소도시에도 백화점 수요는 있거든요. 적절한 유통채널을 만들어 이런 수요를 충족시켜야죠."
▼롯데쇼핑이 확보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가 19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객 DB는 롯데쇼핑의 '보물'이에요. 이 데이터 덕분에 고객별 성향에 따른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졌거든요. 그 결과 2005년 롯데멤버스 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에 비해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5%가량 높아졌습니다. 고객별 마케팅은 앞으로 더 진화시킬 겁니다. 지금까지 마케팅의 중심이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다면,앞으로는 '감동'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제가 얼마 전 백화점 직원들에게 '미국 노드스트롬백화점처럼 우리도 인구에 회자될 수 있는 전설적인 서비스를 만들자'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내년 유통업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경기 파주에서 벌어지는 롯데 · 신세계 사이의 아울렛 라이벌전이라고 합니다.
"그러게요. 나도 결과가 궁금해요. 롯데와 신세계가 비슷한 시점에 가까운 곳에서 아울렛을 여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도 하죠.경쟁이 아주 치열하겠죠.그럴수록 소비자들은 좋을 테고.이런 점에서 신세계처럼 좋은 경쟁자를 둔 건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우리 실력도 늘거든요. 다만 파주 아울렛 대전의 승자는 롯데가 될 겁니다. 위치가 훨씬 좋거든요. 자유로에서 2㎞ 거리인 데다 2014년에는 김포와 이어지는 다리도 놓이고….그런데 기자들은 거기 안 가보셨나? 한번 가보면 얼마나 좋은 땅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텐데요. "
▼신격호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오셨는데,요즘 신 회장이 강조하는 사안은 어떤 겁니까.
"다음 달 1일이면 회장님을 모신 지 만 34년이 됩니다. 문제는 그 동안 단 한번도 칭찬을 듣지 못했다는 거예요. 회장님은 절대 칭찬을 안 하세요. 칭찬을 듣는 순간,CEO가 방심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죠.회장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CEO는 회사가 잘나갈 때일수록 못 나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 반대로 실적이 악화될 때는 훗날 좋아질 때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입니다. 요즘은 실적이 좋으니까 나빠질 때를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
오상헌/송태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