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 기대감에 코스피시장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주도주인 IT(정보기술)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위안화 절상에 따른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 확대보다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위안화 절상은 IT에 악재?

21일 코스피지수는 중국 위안화 절상 기대에 힘입어 전날보다 27.73포인트(1.62%) 오른 1739.68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9일 환율제도를 달러화 페그제에서 관리통화변동환율제로 변경,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이 전망되고, 위안화의 가치상승은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시장을 지배했다.

철강 건설 기계 등 중국 소비확대의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선전했다. 반면 대표적인 수출주인 IT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었다. 코스피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이날 0.64% 상승해, IT는 주도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IT주도 중국 수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되지만,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환율급락(원화 강세)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0.60원(2.54%) 급락한 11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 가격 경쟁력 약화에 방점"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한국 IT업체들의 수혜 여부는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알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우선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문현식 메리츠종금증권 IT팀장은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효과는 IT주에 있어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중국의 구매력 확대는 중국 수출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IT주에도 수혜가 될 수 있지만, 원화강세가 동반돼 손익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한국 IT주들은 부품에서 일본이나 대만, 가전에서 유럽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그만큼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의 매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 절상시 가시화될 중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문제도 현지법인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구매력 확대로 인한 IT업체들의 수혜는 현지 생산법인의 임금인상 등 생산비 증가로 상쇄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다만 손익이 안 맞으면 한국업체들이 그에 맞는 대응을 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IT주의 약세는 환율급락에 방점을 찍은 투자심리에 의한 것이고, 최근 임금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업체들이 생산법인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쪽으로 옮기는 등 대응을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