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랠리를 펼치고 있다. '신 트로이카주'로 꼽히는 정보기술(IT) · 자동차 · 화학주를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어 지난 4월 26일의 전 고점(1752.20) 돌파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적어도 3분기까지는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국내외 증시는 단기적으로 반등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프리 어닝시즌' 본격 가동


코스피지수는 21일 27.73포인트(1.62%) 오른 1739.68로 거래를 마치며 나흘째 강세를 이어갔다. 2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에다 중국 위안화 절상이란 호재까지 더해지며 외국인이 29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는 거시 변수와 기업 실적이 번갈아가며 하락과 반등을 이끌었다"며 "유럽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고 어닝시즌이 다가오면서 다시 한번 실적 모멘텀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심리가 개선된 외국인도 이익 증가폭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한국 비중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로 지역의 재정 리스크로 인한 원 · 달러 환율 상승이 오히려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며 "이 같은 낙관론이 전 고점 돌파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분기엔 수출주에 이어 내수주들이 실적 랠리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KT의 2분기 영업이익이 60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 급증하고 1분기(5527억원)에 비해서도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영업이익이 6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나고,롯데쇼핑과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은 평균 10~20%의 이익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S&P500 기업은 위기 전 수준 회복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932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2.7%,전년 동기 대비 34.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분기 실적 기준으로 2007년 3분기(1985억달러) 이후 최대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도 지난 3월 말 28%(전년 동기 대비)에서 점차 상향 조정되고 있다.

'아이폰' 돌풍을 일으킨 애플의 영업이익이 37억달러로 한 해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IT주의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인텔은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고 마이크로소프트(21%)와 구글(25%)도 이익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실적랠리 vs 경기 둔화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가 빠질 때 덜 빠지고 오를 땐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10,000선을 회복한 다우지수가 실적 모멘텀을 배경으로 추가 상승할 경우 국내 증시도 전 고점을 뚫고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수 연구원은 "미국은 금융주의 이익 변동성이 커 어닝시즌 동안 우리 증시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3분기 이후 경기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미국의 4~5월 경제지표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6월 지표들은 예상을 밑돌고 있다"며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1분기를 기점으로 하향 추세여서 2분기 실적 발표 후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 전망치 상향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의 반등폭이 미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하반기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