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요금ㆍ손해율 상승…車보험료 인상 '가속'
올해 하반기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보험료 인하 요인은 없는 반면 정비요금 인상에다 각종 할인 혜택 폐지 등 인상 요인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보험료 인상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험료 인상 요인 줄줄이 대기

국토해양부의 적정 정비요금 상향 조정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시발탄이 될 공산이 크다. 정비요금은 시간당 2만1553~2만4252원으로 종전보다 18% 올랐다. 금액으로는 3000~4000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보통 정비요금이 1000원 오르면 자동차 보험료는 1%의 인상 요인이 생기는 만큼 하반기 보험료는 평균 3.4%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적정 정비요금은 가이드 라인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정비업체와 요율 조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다음 달 신규 계약분부터 보험료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비요금이 인상되는 반면 각종 보험료 할인 혜택은 없어지거나 축소된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금융당국에 신고한 '자동차보험 특별요율 변경안'에서는 자동변속기(오토매틱)차량 운전자에 대한 할인 혜택을 없앴다. 현재 오토 차량에 대해 현대해상과 LIG손보는 보험료를 각각 3.3%,메리츠화재는 1.7%,하이카다이렉트는 6% 깎아주고 있다.

또 ABS(미끄럼방지 제동장치) 장착 차량에 대한 보험료 할인 폭도 현행 3%에서 1.5%로 줄어든다. 현재 승용차의 82%가 오토매틱 차량이고 대부분의 신차에 ABS가 기본 장착되는 것을 감안하면 할인 혜택 폐지는 대다수 운전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 가지 요인이 합쳐지면 하반기 보험료 인상폭은 6.6~10.9%에 달할 전망이다.

◆손보사 사업비는 '펑펑'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불러올 또 하나의 요인은 최근 급등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자동차 보험료 중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비율이다. 손해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영업비용이 커져 보험사의 적자 요인이 된다.

올해 3월 73.7%,4월 72.7%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달 76.7%로 크게 뛰었다. 업계는 이달 손해율도 5월 못지 않게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7~8월 휴가철과 추석 연휴 기간이 끼어 있는 하반기는 통상 상반기보다 손해율이 더 높아진다.

하반기에 손해율이 더 올라갈 경우 상당수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손보사들이 정작 경영효율화를 위한 경비 절감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을 영업 중인 14개 손해보험사가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지출한 자동차보험 사업비는 모두 3조2918억원으로 보험료를 책정할 때 예상했던 예정사업비보다 무려 1800억원(6.09%)을 더 썼다. 사업비는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판매수당 등 보험계약 체결과 관리 등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여러 경비에 사용하기 위해 떼는 부분이다. 따라서 사업비가 적을수록 보험료는 낮아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그동안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상승할 때마다 사업비 절감은 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을 통해 손쉽게 경영난을 해소해 왔다"며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 대신 비용 절감 등에 우선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