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내륙도시인 대구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970~80년대 '세계 최대 섬유산업 메카'로 불렸던 전성기 이후 불어닥친 1990년대의 혹독한 시련기를 거쳐 이제는 세계적인 '첨단과학기술도시'를 꿈꾸고 있다.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와 인적 자원,전통산업 기반을 토대로 지식산업과 첨단과학기술을 키워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의 내륙형 경제자유구역인 대구 · 경북자유구역이 이 같은 변신의 중심에 서 있다. 2008년 구역 지정 이후 '글로벌 지식창조형 경제자유구역'을 목표로 중점 투자 분야인 △IT · 융복합 △첨단수송부품 · 소재 △그린에너지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개발 및 투자 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테크노폴리스는 대전~광주~대구로 이어지는 내륙 첨단 과학벨트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면서 '영남권의 연구 · 비즈니스개발(R&BD)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은 전체 면적 7.27㎢에 연구 · 개발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주거 · 교육 · 문화 · 상업 등 정주환경이 조성된 미래형 첨단과학도시로 조성된다.

대구테크노폴리스 안에 들어서는 대구 · 경북과학기술원(DGIST) 역시 KAIS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남권의 연구중심으로 세계화를 선도하는 핵심 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국립과학관,첨단산업집적단지 등의 조성사업도 본궤도에 올라선 상태다. 여기에다 수성의료지구,국제문화산업지구,국제패션디자인지구,신서혁신도시,경산학원지구 등 5개 지구가 대구과 주변 지역의 지식서비스 산업을 주도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교육 · 의료 분야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정부공인 국제학교인 대구국제학교(DIS)가 오는 8월 개교를 앞두고 신입생 모집을 마쳤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교육법인이 직접 운영하는 학교다. 여기에 자립형 사립고,외국어고,과학고 등도 잇따라 문을 열 예정이다. 해외 대학 유치사업도 착착 진행 중이다. 대구 수성구를 교육특구로 지정하는 등 교육에 대한 투자는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의료 분야 역시 한때 국내 최대 한약시장이던 약령시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보건의료산업이 강했던 대구의 명성에 걸맞은 경쟁력을 쌓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신서혁신도시 안에 조성키로 한 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모두 5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첨단의료기기 및 제약산업 발전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성의료지구도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해 암,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재생의학,대체의학,의료관광 등 미래 수요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병원,임상센터,국제학교,의료관광시설 등을 유치해 '연구 중심형 그린메티컬 존'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과학기술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광역교통망도 속속 갖춰지고 있다. 서울역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경부고속철도(KTX) 동대구역사가 대규모 상업 · 업무 · 숙박시설을 갖춘 복합업무지구로 재개발되고 철도와 고속 · 시외버스,지하철이 한꺼번에 연계되는 환승센터도 건립된다.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김천~구미~대구~경산~밀양을 잇는 전철망과 함께 대구~영천 구간이 전철로 연결되면 대구는 사통팔달의 고속도로 · 철도망을 갖춘 영남권의 교통허브로 재도약하게 된다.

또 동남권 신공항 유치사업은 대구지역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꼽힌다. 영남권의 1300만 인구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국제공항으로 대구와 경남 · 북,울산 등 영남권 4개 광역단체가 공동으로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신공항 유치에 성공할 경우 영남권과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점에서 대구시는 사활을 걸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영남권의 최대 현안사업으로 떠오른 동남권 신공항은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는 수도권과 대칭되는 새로운 발전축으로서 영남권 경제공동체 형성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대구가 갖고 있는 강점들을 활용해 선진국의 R&D센터와 다국적기업,해외 우수 인력 유치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국제행사도 잇따를 전망이다. 내년에 대구에서 개최되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가 꿈꾸고 있는 새로운 변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대구시는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는 특히 이번 대회가 세계적인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최소화한 만큼 투자 대비 성과가 가장 큰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월드컵보다 더 많은 전 세계 인구가 시청하는 경기인 만큼 대구의 세계 도시화 전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