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산업의 쇠락과 함께 급격히 약화됐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자동차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다시 세력 확산에 나서고 있다.

17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론 게텔핑거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10대 UAW 위원장에 취임한 밥 킹 위원장(63)은 "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 회사 근로자들의 노조 조직화를 통해 조직원을 늘리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간부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도요타 혼다 닛산 현대차 기아차 등 노조가 없는 외국사 공장 근로자들의 노조 설립을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우리가 양보했던 권익을 되찾아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디트로이트 3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보했던 임금과 복지를 되찾아와야 한다는 노조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UAW 노조원은 1979년 최대 150만명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계속 감소해 현재는 35만5000명 정도다.

킹 위원장은 지난달 "노조원들이 임금 인상과 보너스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지난 5년 동안 조합원 1인당 7000달러에서 3만달러씩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신규 취업한 근로자는 시간당 14달러의 임금을 받기로 하는 등 이원화된 임금제도 도입에도 합의했다. 건강보험은 회사 측이 출연한 기금으로 노조에서 직접 운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UAW의 첫 목표는 도요타자동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킹 위원장은 "캘리포니아 프레몬트에 있던 뉴유나이티드모터 공장을 폐쇄하고 노조가 없는 미시시피 공장을 설립하려는 것은 도요타가 종신 고용을 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요타가 '미친 의사 결정(crazy business decision)'을 한 만큼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요타는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공장 폐쇄는 합작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공장을 포기한 이후 단독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캘리포니아 공장을 인수한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에서 대부분의 근로자를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킹 위원장은 UAW 노조원 규모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산업 외에도 교육 카지노 헬스케어 분야 근로자의 노조화를 유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총회 해산 때 킹 위원장 등은 1200여명의 노조원과 함께 디트로이트 은행가를 행진하며 월가 금융사의 잘못된 대출 관행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요 노조와 연대해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차 전문가들은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몸을 낮춰온 UAW가 다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동차 시장 회복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지난해 북미 지역 차 판매는 2007년 대비 35% 급락했다. 하지만 올 들어 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5월까지 차 판매 실적이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빅 3' 모두 1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GM은 통상적인 여름 조업 중단을 하지 않고 계속 공장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킹 위원장은 30년 동안 포드차 로그 공장에서 근무한 전기공 출신 노동운동가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