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대표 이양구)이 올해 창업 53주년을 맞았다. 장수기업이 많다는 제약업계에서도 왕고참으로 통한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안고 경제개발이 막 시작되던 1957년,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둥지를 틀고 제약업계 한길을 걸어왔다. 특히 50년대 배탈약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 동성제약의 정로환은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염색약(염모제) 부문에도 강점을 발휘하며 50년대 끓이지 않는 염색약인 양귀비1호,60년대 최초 컬러 염색약인 훼미닌,70년대 7~8분 만에 염색되는 염색약 세븐에이트를 내놓는 등 이 분야 시장을 주도해왔다.

동성제약의 인지도도 상당히 높아졌지만 특히 정로환과 세븐에이트는 지금도 '국민약'으로 높은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1997년 충남 아산에 4만3000㎡ 규모의 신규 공장과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정로환과 세븐에이트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반 의약품시장에서는 살충제인 비오킬을 비롯해 아토피치료제인 아토클리어연고,흉터치료제인 에스클리어겔,탈모치료제인 동성미녹시딜 등이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취약한 전문의약품(ETC) 분야에서도 최근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2007년 ETC 전문 법인인 동성에이엔씨를 설립해 전문경영인을 새로 영입했으며 그해 처음으로 항암보조제를 종합병원 5곳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50년이 넘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종합병원에 공급된 ETC가 없었다는 점에서 동성제약으로서는 큰 변화였다. 앞으로는 10개 종합병원에 공급을 준비 중이다.

동성제약은 항암보조제를 시작으로 앞으로 ETC 분야의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2008년 7월에는 미국 바이오업체 제네렉스 바이오테크놀로지사와 구강 분무형 당뇨병치료제(인슐린제제) 오랄-린(Oral-Lyn)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입에 뿌리는 인슐린 제제의 라이선싱 판권을 따낸 것은 국내 제약사로선 처음이다. 이 제품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동성제약의 스테디셀러 제품인 세븐에이트도 새단장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최근 무취,무향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기술로는 처음 무향료 제조 기술을 적용해 환기가 어려운 좁은 실내에서도 냄새 걱정이 없다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세븐에이트 마케팅 강화를 위해 지난달 브랜드 사이트(www.seveneight.co.kr)를 오픈하고 이달부터는 TV CF도 방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염모제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사람들도 일반적인 헤어제품처럼 거부감 없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CF에서는 기능이나 제품 특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에 제작된 세븐에이트 CF는 가수 김흥국씨를 모델로 기용해 나이가 들어도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감성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