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신발과 의류 등을 판매하는 자포스닷컴(zappos.com)이 최근 뉴욕에 있는 온라인사이트 조사업체인 스텔라서비스의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서비스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콜센터(800-927-7671)로 전화를 걸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자정,콜센터가 있는 라스베이거스 시간으로는 밤 9시다. 간단한 자동응답(ARS) 안내를 거친 뒤 상담원까지 연결하는 데 2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크리스'라는 여성 상담원이 밝은 목소리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반갑게 맞았다. 일요일에 신발을 주문하면 언제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영업일인 월요일에 배송하고 다음 날인 화요일 신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신발의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실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크리스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반품 의사를 밝히면 자포스에서 반송장을 보내준다"며 "이를 박스에 붙여 근처 UPS나 우체국에 가져다 주면 된다"고 했다. 반품 비용은 자포스가 부담한다. 콜센터 운영은 물론 주문과 반품 역시 '365일 24시간 룰'이 적용된다.

인터넷 지원을 통해 높은 경쟁을 뚫고 자포스 콜센터에 취업한 크리스는 "고객을 응대하기 위한 어떤 매뉴얼도 없다"고 설명했다. 촘촘한 매뉴얼을 고집하는 대기업 콜센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고객의 얘기를 잘 듣고 궁금증을 풀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자신들의 역할이란 것이다. 서비스 과정에서 절대로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심지어 다섯시간 동안 고객과 통화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는 오후 3시 일을 시작해 자정에 업무를 마친다.

◆서비스는 비용 아닌 투자

지난 1일 창사 10주년을 맞은 자포스는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의 온라인 판매업체로 고속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비결은 완벽한 고객 만족을 위해 독특한 기업 문화를 조성한 데 있다. 토니 시에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신발 소매업체(shoe retailer)'가 아닌 '고객만족의 왕(the king of customer service)'으로 규정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목표 자체를 최상의 고객 서비스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뒀다.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느슨하고 편안한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고객을 응대하는 데 아무런 사전 대본이 없다. 고객과 편안하게 농담을 해도 된다. 콜센터 상담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데 전권을 갖는 것이다.

커가는 조직에서 협력과 팀워크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일을 하기 싫으면 얼마든지 빈둥거려도 된다. 떼를 지어 회사 곳곳을 다녀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애사심(royality)이 싹터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자포스 성공을 위한 것이라면 돈과 시간을 원하는 만큼 쓴다.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365일 24시간 무료반환 서비스,구입 후 10일 이내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보상해주는 제도 등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높은 서비스 질 덕분에 단골 고객이 증가하고,이는 마케팅 비용 부담을 더는 결과로 이어졌다.

◆구전(口傳) 마케팅의 진수

수준 높은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고 확산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포스 쇼핑객이 증가하는 이유다. 자포스를 통해 신발을 구매하는 사람은 1000만명에 달한다. 이를 위해 소셜 미디어도 적극 활용한다. 회사 측은 500명 이상의 직원들로 하여금 트위터로 자포스 마케팅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전파하도록 한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도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신 유행 스타일과 트렌드를 수시로 알린다.

시에 CEO는 매일 트위터에 개인적 취향과 회사 및 산업 정보를 올린다. 그의 추종자는 170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구전 마케팅도 회사의 핵심 역량인 고객만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객 중심으로 정보를 공급함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시에 CEO는 회사의 매출 성장 동력은 '온라인을 통한 구전(word of mouth)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구전 마케팅을 통해 자포스의 기업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행복학(science of happiness)'을 고객 및 직원 만족을 위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전하는 것이다.

◆가격보다 고객과의 유대 중시

인터넷 종합 쇼핑몰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도 자포스닷컴의 독특한 기업문화에 감명을 받았다. 집요한 설득과정을 거쳐 작년 말 자포스닷컴을 주식 교환방식으로 12억달러에 인수했다. 아마존은 자포스의 임직원과 기업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자포스는 계획된 매출과 순익을 달성하는 조건이 붙었다.

시에 CEO는 아마존과 자포스닷컴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접근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아마존은 고객들로부터 콜센터에 많은 전화가 오면 그 이유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제품 가격을 낮춘다. 낮은 가격이 고객의 만족도라고 본 것이다. 이에 반해 자포스는 똑같은 온라인 쇼핑몰이지만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다. 신발 평균 단품 가격이 100달러를 넘는 이유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자포스와 친밀해지길 바란다. 고객들과 개인적 ·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