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독립 '최태원의 꿈'…14년만에 南美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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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페루 LNG공장 준공
광구개발~수출 '수직 계열화'
브라질·콜롬비아로 진출 확대
광구개발~수출 '수직 계열화'
브라질·콜롬비아로 진출 확대
SK가 남미 자원부국 페루에 광구개발-생산-수송-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단순 광구개발에 그쳤던 기존 자원개발 사업과 달리 현지 수출을 통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수직계열 형태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SK에너지는 페루 수도 리마 남쪽에 있는 팜파 멜초리타에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최태원 SK그룹 회장,이상득 의원,구자영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LNG 공장 준공식을 갖고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지구 반대편에 세운 제2 울산공장
이 공장은 SK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내륙 지역의 56광구와 88광구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408㎞에 달하는 가스관을 통해 끌어온 뒤 액화 상태로 만들어 북미 등에 수출하는 LNG 생산기지다. 생산규모는 연간 440만t으로 한국 소비량의 2개월분에 달한다. 2003년부터 7년여에 걸쳐 38억달러를 투입했다. 미국 헌트오일(지분율 50%),SK에너지(20%),스페인 렙솔(20%),일본 마루베니(10%) 4개 회사가 합작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페루 LNG 공장 가동을 통해 남미 사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한 자원을 현지에서 직접 가공해 판매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함으로써 남미를 새로운 수출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남미지역에 제2의 울산콤플렉스를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SK의 현지화 및 글로벌화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SK는 1996년 생산광구인 페루8광구의 지분 8.33%를 매입하며 페루 자원개발 사업에 첫발을 디뎠다. 최 회장은 석유 총매장량이 64억배럴에 달하는 페루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며 2000년 카미시아(88광구) 광구 지분 매입 등 투자를 본격화하도록 했다. 2004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카미시아 광구는 11조입방피트의 가스와 6억배럴 이상의 원유가 매장돼있는 남미 최대 유전이다.
페루를 남미 자원개발 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게 SK의 전략이다. 전 세계 석유매장량의 10.6%를 차지하는 남미지역에서 공동 또는 단독 사업참여를 통해 미래 캐시카우(cash cow) 기반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2008년 11월 두 번째로 페루를 방문한 최 회장은 '페루 인사이더(페루 속으로)'를 선언하며 SK를 페루 현지기업보다 더 페루 친화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데 공들여 왔다. 2007년 8월 페루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진피해복구 사업에 참여한 것은 물론 내년까지 페루에 52개의 학교와 5개의 병원을 짓는 사회공헌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 콜롬비아로 사업진출 확장
업계에선 LNG공장 완공으로 SK에너지의 남미 자원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미 첫 진출지역인 페루 이외에 인근 콜롬비아 브라질로 자원개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2000년 지분 40%를 확보한 브라질 BM-C-8 광구에서 2007년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 2004년 BM-C-30 광구와 BM-C-32 광구,작년에는 BM-BAR-3광구에 투자하는 등 브라질 내 탐사광구 수를 늘리고 있다. 콜롬비아에선 2008년 CPE-5,SSJN-5,CPO-4 광구 등 3개 광구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 중 SJN-5와 CPO-4 광구는 광구 운영권자로 참여하고 있다. 해외 메이저 자원개발 회사들과의 컨소시엄이 아닌 직접 운영권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자원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해외 광구 33개 중 남미에서만 30%가 넘는 11개의 광구를 갖고 있다. 해외에서 확보한 5억2000만배럴의 원유 중 67.3%인 3억5000만배럴이 남미에서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페루는 SK의 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며 "신규 사업 이식이 주로 이뤄지는 중국과 달리 중남미 지역은 그룹 주력인 에너지 사업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