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5000만원 정도를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싶어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이 좋을까요?"

11일 삼성증권 서울 명동지점.입사 17년차인 이병권 PB(프라이빗 뱅커) 팀장이 자산관리 업무를 시작한 지 2년 된 팀 막내 이은미 주임의 질문을 받았다.

이 팀장은 파생상품 담당인 과장급 PB와 논의해 적절한 상품을 추천했다. 5명의 PB가 둘러앉아 4억원을 맡긴 한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함께 짜주는 모습이다. 이 팀장은 "예전엔 PB 한 명이 보험부터 주식까지 고객 자산을 일괄 구성해줬지만 지금은 각자 주력 분야를 맡아 포트폴리오를 짠다"며 "덕분에 나도 '주특기'인 주식과 펀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삼성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최초로 PB를 팀제로 개편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고객과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개인 실적이 중요한 PB 영역이다 보니 팀제 개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에 대해 이기훈 삼성증권 리테일사업본부 상무는 "증권사 영업이 단순 상품 판매나 주식 중개를 뛰어넘어 종합자산관리 형태로 바뀌고 있는 만큼 변화가 불가피했다"며 "팀내에서 주식,채권,파생상품,방카슈랑스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고객들이 더욱 폭넓은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제의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고객자산 관리 형태가 개선됐다. 과거 PB가 고객을 1 대 1로 상대할 때는 실적을 의식해 금융상품 가입 건수를 늘리는 데 치중,결과적으로 고객 이익에 반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팀제 아래선 성과가 팀 단위로 측정돼 가입 건수에 관계 없이 팀이 운용하는 자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가 주요 평가 기준이 됐다. 이는 고객만족도 제고로 이어져 팀제 도입 당시 62조원이던 삼성증권의 리테일 고객 자산이 지난달 말 88조로 42%나 급증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 PB가 같은 팀 베테랑 PB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팀장은 "PB 업무에는 금융지식 외에 다양한 영업 노하우가 필요한데 함께 일하면서 신입 PB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다른 지점의 한 PB는 "개인의 성과를 팀원들이 공유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불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반대로 팀 실적에 '무임승차'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귀띔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