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 증시는 제한적인 수준의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증시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쿼드러플 위칭데이 등 두 개의 대형 이벤트를 무난히 통과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5월 수출 급증과 일본의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상향 조정 등 아시아권의 긍정적인 경제지표는 한국 증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아시아권과 호주 경제지표 개선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2%대 급등했다는 점 역시 이날 투자심리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2.76% 오른 1만172.53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2.95%, 나스닥 지수의 경우 2.77% 급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가 남아있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 환율 추이 등이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른 시장 모멘텀(상승요인) 부재가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현대증권 "순환매 대응한 단기 트레이딩 전략 유리"

현대증권은 순환매에 대응한 단기 트레이딩과 기존 주도주의 선별적 접근을 통한 조정시 분할 매수 대응을 병행하라고 조언했다.

이 증권사 유수민 연구원은 "전일 증시는 금리 동결에 따른 안도감과 프로그램 매수 우위의 우호적인 시장분위기 속에 기계·조선·증권 업종 등 비주도주의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과 쿼드러플 위칭데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코스피는 제한적인 등락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유 연구원은 전했다.

외국인 수급·환율·해외변수의 불확실성과 시장 모멘텀 부재로 당분간 이러한 흐름을 좀 더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하지만 중국 수출 급증으로 확인된 글로벌 경기 회복세의 지속과 기존 주도주에 대한 실적 기대담은 여전하다는 해석이다.

그는 "IT(정보기술), 자동차 중심의 섹터 대응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진행 중인 순환매에 대응한 단기 트레이딩도 병행하라"고 권했다.

◆ 신한금융투자 "긴축이슈 확산 가능성…증시 부담감 가중"

신한금융투자는 긴축 이슈의 확산 가능성은 증시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증권사 김중현 연구원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과 만기일 변수 등은 소멸됐지만, 외부 악재와 국내 긴축 이슈는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헝가리 디폴트 이슈는 점차 진정되면서 유로화 환율이 1.2달러를 회복했고, 금통위는 논란 속에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선물옵션 만기일 변수는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출회되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증시내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헝가리 디폴트 리스크는 일단 파장이 진정되고 있지만 유로존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하기는 했으나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경계의 수위를 한 단계 높임에 따라 금리인상 논란은 오히려 더욱 확장될 개연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국내 수출경기의 호조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나 IT 및 자동차 등의 추가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멘텀의 공백기에 따른 답답한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 부국증권 "시장상황 개선 전까지는 종목장세 예상"

부국증권은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개별 종목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전용수 센터장은 "시장 반등의 주요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전환"이라며 "유로존 신용위기, 원·달러 환율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호전돼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전반적인 시장 상승보다는 실적 개선 종목 중심의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 이유로는 우선 유로존 신용위기와 이에 따른 각국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가 꼽혔다. 원화 가치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주식 보유가 리스크를 키운다는 점 역시 매도요인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올해 초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사들인 대형 IT, 자동차주들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차익실현의 기회가 발생한 것도 외국인의 주식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전 센터장은 "이러한 총체적 요인들이 어느 정도 해결 국면에 들어서야만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수그러들 전망"이라면서도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의 증시 유입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 등으로 시장의 낙폭이 제한적인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 한양증권 "기존 보유분 외의 적극 대응은 곤란"

한양증권은 코스피 지수가 단기적으로 반등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기존 주식 보유분 이외에 적극적인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증권사 김지형 애널리스트는 "헝가리 사태가 소강국면에 진입한 듯 하지만 유로화 변동성 축소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단기 관점에서 코스피 지수의 1600~1680 박스권 내 반등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기존 주식을 들고 가는 것 이외에 반등에 편승하는 적극적인 대응은 곤란해 보이는 이유"라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와 쿼드러플위칭데이 등 내부 이벤트가 일단락되면서 시선은 해외 쪽으로 돌려질 전망이고, 이에 따라 유로화 하락세 진정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신흥시장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가 통화 강세를 바탕으로 전개돼 왔기 때문에 한국 증시의 의미있는 상승 혹은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변수보다 환율안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