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분기 실적 악화 우려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속에 주가는 10만원 선이 무너지며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LG전자는 10일 2.13% 내린 9만6400원으로 장을 마치며 닷새째 약세를 보였다. 작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주가다. 외국인은 136만주가 넘는 매도 우위를 보였다. 기관은 무려 20거래일 연속 LG전자를 팔고 있다. 이 기간 기관 매도량은 700만주(약 7000억원)에 육박한다.

전날(9일) 장 마감 후엔 JP모간증권 창구를 통해 국내 기관과 외국인 사이에 119만여주 규모의 블록딜(주당 9만7000원)이 나오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LG전자 보유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외국계 장기투자펀드 간 거래로 추정하고 있다.

LG전자의 부진은 주력 부문인 휴대폰과 TV사업부에서 2분기 영업손실이 날 것이란 우려가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유로 · 달러 환율의 급락과 원 · 달러 환율 급등,휴대폰과 TV 부문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을 이유로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2만9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품은 달러로 결제하지만 매출의 30% 이상이 유로로 결제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환율 흐름 속에 매출이 줄고 비용은 늘어나는 이중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주력 제품인 LED TV의 주요 부품인 LED 패널이나 필름 등의 공급이 달리는 것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한 연구원은 "세계적인 LED 부품 품귀 현상으로 TV 생산 목표를 채우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TV사업부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소외된 점도 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성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확실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스마트폰 제품이 나올 때까진 휴대폰 분야의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10만원 이하의 주가는 2분기 실적 우려를 반영한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에 출시되는 스마트폰 중 하나라도 시장 반응이 좋으면 주가는 정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성수기를 맞는 에어컨사업부의 이익이 늘어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