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산업의 부활…대기업도 나설까 걱정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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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신임 방직협회장 인터뷰
"실을 뽑아 옷감을 짜는 방직산업이 사양이라고요. 요즘 같은 분위기면 대기업들이 진출하겠다고 달려들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
조규옥 신임 대한방직협회장(64 · 전방 회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직산업이 1980년대 말 이후 20여년 만에 호황을 앞두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업체들마다 수백억원을 들여 증설경쟁에 나선 것이 그 증거중 하나라고 했다.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섬유소비가 늘고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과 인도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는 얘기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면사 수출액은 5346만달러로 작년 같은 때보다 75.8% 증가했다.
◆방직설비 5년내 20%가량 늘어
"설계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땅부터 파고 있습니다. " 전방 광주 공장 설비 증설을 설명하던 조 회장이 면방업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방직협회에 따르면 전방이 15만추,태광산업이 6만7000추,국일방직이 3만1000추,동일방직이 2만1000추 등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14만추인 국내 설비 규모는 2015년께 135만추로 20%가량 늘어나게 된다. 지난 1년 동안 1만추가량 증설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추는 원사를 감는 설비로 방직업계에서 설비규모를 따지는 단위다.
조 회장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을 예상해 업체들마다 증설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IBK투자증권은 관세 철폐에 따라 원료인 미국산 원면 수입가격은 평균 9.3% 떨어지고,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국내 의류업체들의 국내산 방적사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도 등 경쟁력 약화로
방직산업의 업황 개선 배경엔 세계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해온 중국과 인도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조 회장은 "중국은 핵심 장비인 정방기를 자국 제품만 쓰도록 제한하고 있어 품질면에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진 낮은 가격 덕을 봤지만 그마저도 중국 내수시장이 성장하면서 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이어 2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도 올 들어 정부 지원이 불가능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수출액의 7.2%를 지원하는 인도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반덤핑 결정을 받은 결과"라며 "2%의 관세까지 따지면 올 연말까지 10% 가까이 값이 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20여년 만에 다시 맞은 호황
국내 방직산업은 1960년대 산업화 초기 수출 유망분야로 육성됐다. 10대 그룹 안에 5~6개 기업이 포진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1990년대 들어 대농 충남방적 등 업계 수위 업체들이 잇따라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가며 살아남는 것조차 힘든 시기가 닥쳤다. 1991년 370만추로 정점을 찍었던 생산규모는 2008년 3분의 1 수준인 113만추로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조 회장 표현대로라면 '끈기있고 저력있는' 몇몇 기업들이 살아남아 옛 영광을 재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조 회장은 "면방이야말로 국내에서 육성해야 할 성장산업"이라고 역설했다. "국내 공장에서 450명으로 돌리던 기계를 인도에 갖다 놓으니 1800명이나 필요한 데다 질도 우리가 A급이라면 C,D급으로 떨어지더라"며 "정책적 뒷받침만 있으면 우리나라만큼 방직업을 하기에 좋은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파리를 공격할 때 방직공장은 빼고 폭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얘기는 방직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라며 "미국과 같이 군복엔 국산 면방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국가기간산업인 방직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수입관세 감면대상에서 방직기기가 빠지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방직산업 발전을 위해 관세 감면 재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직협회는 목화를 원료로 실을 뽑아옷감을 만드는 면방직 업체들의 모임으로 경방 전방 태광산업 일신방직 등 17개사가 속해 있다. 전방(옛 전남방직)의 대표이사인 조 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
조규옥 신임 대한방직협회장(64 · 전방 회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직산업이 1980년대 말 이후 20여년 만에 호황을 앞두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업체들마다 수백억원을 들여 증설경쟁에 나선 것이 그 증거중 하나라고 했다.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섬유소비가 늘고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과 인도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는 얘기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면사 수출액은 5346만달러로 작년 같은 때보다 75.8% 증가했다.
◆방직설비 5년내 20%가량 늘어
"설계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땅부터 파고 있습니다. " 전방 광주 공장 설비 증설을 설명하던 조 회장이 면방업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방직협회에 따르면 전방이 15만추,태광산업이 6만7000추,국일방직이 3만1000추,동일방직이 2만1000추 등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14만추인 국내 설비 규모는 2015년께 135만추로 20%가량 늘어나게 된다. 지난 1년 동안 1만추가량 증설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추는 원사를 감는 설비로 방직업계에서 설비규모를 따지는 단위다.
조 회장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을 예상해 업체들마다 증설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IBK투자증권은 관세 철폐에 따라 원료인 미국산 원면 수입가격은 평균 9.3% 떨어지고,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국내 의류업체들의 국내산 방적사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도 등 경쟁력 약화로
방직산업의 업황 개선 배경엔 세계경제 회복세와 더불어 전 세계 시장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해온 중국과 인도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조 회장은 "중국은 핵심 장비인 정방기를 자국 제품만 쓰도록 제한하고 있어 품질면에서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진 낮은 가격 덕을 봤지만 그마저도 중국 내수시장이 성장하면서 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이어 2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도 올 들어 정부 지원이 불가능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수출액의 7.2%를 지원하는 인도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반덤핑 결정을 받은 결과"라며 "2%의 관세까지 따지면 올 연말까지 10% 가까이 값이 오르는 셈"이라고 말했다.
◆20여년 만에 다시 맞은 호황
국내 방직산업은 1960년대 산업화 초기 수출 유망분야로 육성됐다. 10대 그룹 안에 5~6개 기업이 포진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1990년대 들어 대농 충남방적 등 업계 수위 업체들이 잇따라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가며 살아남는 것조차 힘든 시기가 닥쳤다. 1991년 370만추로 정점을 찍었던 생산규모는 2008년 3분의 1 수준인 113만추로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조 회장 표현대로라면 '끈기있고 저력있는' 몇몇 기업들이 살아남아 옛 영광을 재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조 회장은 "면방이야말로 국내에서 육성해야 할 성장산업"이라고 역설했다. "국내 공장에서 450명으로 돌리던 기계를 인도에 갖다 놓으니 1800명이나 필요한 데다 질도 우리가 A급이라면 C,D급으로 떨어지더라"며 "정책적 뒷받침만 있으면 우리나라만큼 방직업을 하기에 좋은 곳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파리를 공격할 때 방직공장은 빼고 폭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얘기는 방직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라며 "미국과 같이 군복엔 국산 면방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국가기간산업인 방직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수입관세 감면대상에서 방직기기가 빠지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방직산업 발전을 위해 관세 감면 재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직협회는 목화를 원료로 실을 뽑아옷감을 만드는 면방직 업체들의 모임으로 경방 전방 태광산업 일신방직 등 17개사가 속해 있다. 전방(옛 전남방직)의 대표이사인 조 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