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를 운전하던 방승돈씨(39 · 왼쪽)는 5년 전 속이 더부룩해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말기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임파선까지 암이 전이돼 위를 통째로 들어내고 식도와 소장을 엮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175㎝의 키에 체중이 100㎏에 달했던 방씨는 60㎏까지 빠졌다. 일을 그만두니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회사 동료들과 부모님께도 손을 벌려야 했다.

그는 3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현대로지엠(옛 현대택배) 천안홍성대리점 소장으로 있던 친구의 제안으로 아내 이수정씨(39 · 오른쪽)와 함께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2년이 지난 현재 방씨 부부는 사내에서 '전설의 부부팀'으로 통한다. 방씨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일반 남자 배송기사의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인 150개보다 33% 많은 200개씩 택배를 실어나르고,이씨도 직접 택배차량을 운전하며 매일 140개가량 배송한다. 지난달에는 나란히 '우수 친절 사원상'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방씨 부부의 성실함을 두고 현대의 '불굴의 정신'을 실천한 사례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무한한 힘을 갖는 것 같습니다. 쑥쑥 커가는 초 · 중학생 1남2녀를 보며 살아갈 용기도 많이 얻었습니다. " 방씨가 공개한 우수 택배사원 비법은 특별하지 않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찾아가 미소와 함께 눈을 맞추면서 물건을 전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영업용 번호판을 신청해 개인 사업자로 등록을 마쳤다. 방씨는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활력을 얻는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택배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 많이 울기도 했지만 남편이 암도 이겨냈는데 이것쯤 못할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출퇴근을 함께 할 때마다 남편의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아 다시 사는 기분"이라며 "아내이자 동료로서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