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과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재 공예 종목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에 가로막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전통 공예 장인들의 솜씨와 작품을 롯데백화점의 국내외 유통망과 두터운 고객층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9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명품관 에비뉴엘의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제1회 한국전통공예 미래전'은 그 첫 무대다.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는 나전장 · 궁시장 · 금박장 · 누비장 · 소목장 등 공예 부문 34개 종목의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조교 및 이수자들이 작품을 전시 · 판매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번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디자이너 손혜원씨가 전국에 산재한 장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통 공예품 디자인과 현대적 쓰임새를 함께 고민하며 작품을 준비한 점.예컨대 모시나 삼베처럼 재료가 그대로 출품된 경우 다른 아이디어를 접목해 상품으로 만들었다. 모시는 옷으로 만들었고,삼베는 옻칠을 더해 식탁매트로 거듭났다. 또 금박,화살 및 갓일 분야는 시장이 쇠락하는 분야여서 이들 재료를 액자에 부착해 오브제로 만들었다.

장인들의 협업과 디자이너들의 재능 기부도 한몫 했다. 나전장 이수자인 이광웅씨는 나무틀에 삼베를 덧대어 옻칠을 한 다음 다른 분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액자로 제공,전시 작품들의 예술성을 돋보이게 했다. 또 디자이너 김영진씨는 한산 모시짜기 이수자들의 필모시로 드레스와 블라우스를 제작했다. 김씨는 중국 모시에 비해 훨씬 아름답고 튼튼한 한산모시를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한국 모시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이다.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은 "그동안 보존과 전승이라는 측면에서 옛것의 원형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치중했으나 이제는 좀 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소비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승인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 상무도 "롯데백화점이 가진 국내외의 탄탄한 유통망과 두터운 고객층을 활용해 민족 문화의 정수인 무형문화유산의 판로를 넓히고 안정적인 보존 및 전승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회적인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