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이 물 건너가는 건가….'

채권시장 분위기가 7일 확 바뀌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등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미뤄질 것이란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채권가격은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주말보다 0.08%포인트 내린 연 3.60%,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포인트 내린 연 4.30%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저치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채권 금리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상승세였다. '금리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퍼진 가운데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3%포인트 높은 8.1%에 달한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출구전략 시기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이달 초 연 3.57%이던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지난 주말에는 연 3.68%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주말 사이에 남유럽 재정위기가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 데다 미국 노동부의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돈 것이 뉴욕증시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출구전략 지연'을 시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당초 3분기 중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며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매파적'(적극적인 금리인상론) 뉘앙스가 담긴 지난달 금통위와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도 확산되고 있다.

다만 채권 금리가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 관계자는 "채권 금리 급락에도 불구하고 일단 오는 10일 금통위 결과를 지켜보자는 관망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밝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